“보험 구조 너무 복잡해 … 쉽고 단순한 상품으로 승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스마트폰 만들기가 어렵다고 쓰기도 어려우면 잘못된 거지요.” 생명보험사 현대라이프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정태영(사진)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이 기존 보험 상품에 쓴소리를 던졌다. 보험 약관이 이해하기 어렵고, 상품 구조도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27일 ‘쉽고 단순한 보험’을 내세운 신상품 ‘현대라이프 제로’를 출시하며 연 기자 간담회에서다.

 현대라이프는 현대차그룹이 올 2월 녹십자생명을 인수해 출범시킨 생명보험사다. 현대캐피탈 전략기획본부장 출신인 최진환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의 눈은 정태영 사장에게 더 쏠려 있다. 2003년 시장 점유율 1.8%의 현대카드를 맡아 10년 만에 업계 2위로 끌어올린 그가 생명보험업계에도 ‘정태영 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 사장은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간담회에서 두 번이나 마이크를 잡고 “경쟁사와 같은 상품은 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현대라이프 제로는 고객이 필요한 보장 내용과 필수 기간을 선택해 계약할 수 있다. 각종 특약을 붙인 ‘통합 보장 보험’이나 장기 계약을 유도하는 ‘종신 보장 보험’과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함이다. 상품은 딱 네 가지다. 사망·암·5대 성인병·어린이보험뿐이다. 보장 기간도 10년 아니면 20년, 둘 중 하나다.

보장 기간이 짧으니 보험료는 싸다. 35세 남성이 20년 동안 사망 시 1억원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계약한다면 한 달 보험료는 2만9000원. 10년 동안 일반암에 걸렸을 때 3000만원을 지급받는다면 한 달 9750원을 내게 된다.

“사망보험금은 자녀가 다 자랄 때까지만 나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 사장은 “아직도 보험 약관을 보면 겁이 난다”며 “보험은 분명히 어려운 제품이지만, 과연 소비자에게까지 어려워야 하느냐”며 말을 꺼냈다. 그는 “제품은 이해하기 쉽고 체계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현대카드와 현대라이프를 지배하는 공통된 믿음”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라이프는 당분간 순수 보장성 상품에 집중할 계획이다. 자산 운용 수익을 내기 어려운 저금리 시대에 저축성 보험을 팔다 자칫 역마진이 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것이다. 정 사장은 “일단 저축성 보험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산운용 능력을 확보한 뒤에, 그리고 고객과 시장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품을 설계할 자신이 있을 때 저축성 보험과 연금 보험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산 규모로 생명보험 업계에서 하위권인 현대라이프는 5년 안에 보장성 보험 신규 고객 수로 업계 3위에 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진환 대표는 “(생명보험업계에) 경쾌하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틈새 시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5년 뒤엔 전 국민이 저희 상품을 한 개 이상 가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라이프는 상품 출시와 함께 보험 설계부터 가입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전용 웹사이트(www.zero.co.kr)를 열었다. 온라인 설계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을 위해 채팅과 e-메일, 전화로도 상담을 받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