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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뚝이 2012 ⑤ 경제] 세 살부터 여든까지 … 애니팡, 게임맹을 깨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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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남녀 구분 없이 모바일게임 ‘애니팡’ 열풍에 휩싸이게 한 이정웅(31) 선데이토즈 대표. [사진 선데이토즈]

한국과 세계 경제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한 해였다. 즐거운 소식보다는 우울한 뉴스가 연일 지면을 메웠다. 그런 와중에도 빛을 낸 기업·경제인들이 있었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게임 ‘애니팡’으로 한순간에 10대에서 70대까지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사로잡은 이정웅(31) 선데이토즈 대표가 대표적인 경우다. 중앙일보는 이 대표와 더불어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를 앞세워 삼성전자가 세계 휴대전화 시장 1위로 올라서는 데 큰 공헌을 한 마케팅 전문가 이영희(48) 부사장, 그리고 올 들어 10.15%의 수익률을 올린 ‘토탈리턴펀드’를 15년째 운영하고 있는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의 창업자 빌 그로스(68)를 올해 경제 분야 새뚝이로 선정했다.

올해 게임계에는 전기가 될 사건이 일어났다. 게임 강국 한국에서 ‘게임맹’으로 살아온 중년·노년층과 여성이 ‘게임의 맛이 무엇인지’ 눈을 뜬 것.

 ‘애니팡’이 이렇게 만들었다. 올 7월 30일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된 애니팡은 39일 만에 내려받기 1000만 건, 74일 만에 2000만 건을 돌파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다 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연락이 끊긴 지 10년 된 중·고 동창과 헤어진 전 애인에게서 ‘하트’가 날아오고 지하철 안에는 온통 동물 잡는 소리로 가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들도 이 ‘애니팡 열풍’에 주목했다.

 올해는 디아블로3·블레이드앤소울같이 수백억원을 들여 만든 대작 게임들이 나왔다. 개발 기간이나 투입된 인력에서 애니팡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애니팡의 진정한 강점은 ‘이용자층’에 있다.

 애니팡을 만든 이정웅(31) 선데이토즈 대표는 지난 10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주요 타깃은 30대 이상, 한 번도 게임을 해보지 않은 논 게이머(Non-gamer)”라며 “게임에 관심이 없던 주부나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는 60~70대 어르신이 모두 잠재 수요층이라 시장은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애니팡 이용자는 10대부터 70대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으며 남녀 성비도 비슷하다. 사용자들이 10~30대 남성층에 몰린 기존 게임과 전혀 다른 형태다.

 이 대표는 명지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병역특례로 NHN한게임에서 근무했다. 2008년 현재의 선데이토즈를 창업했다. 2010년에 싸이월드를 비롯한 PC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들이 게임 서비스를 시작했고, 선데이토즈는 여기서 할 수 있는 ‘아쿠아스토리’ ‘애니사천성’ 같은 게임을 만들었다. 이때의 경험에서 친구와 하트를 주고받고 점수 경쟁을 하는 애니팡의 핵심 요소가 나왔다. 게임 1회 시간이 1분이라 자투리 시간에 할 수 있어 심리적 진입 장벽이 낮은 것도 인기 비결이다. 한번 앉으면 최소 1시간이 보통인 고화질·대용량의 온라인 게임들과는 정반대의 전략을 쓴 것이 주효했다.

 애니팡은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체질도 바꿨다. ‘7000만 명이 쓰는 1등 메신저’라는 찬사 뒤로 ‘수익 구조는?’이라는 질문을 받던 카카오톡의 오랜 갈증을 풀어줬다. 카카오톡은 애니팡의 인기에 힘입어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흑자 전환했다.

 선데이토즈는 최근 애니팡의 캐릭터 사업을 시작했고,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 폭넓은 모바일 메신저 사용자층을 바탕으로 어떤 서비스를 하면 이용자 거부감 없이 매출을 올릴 수 있는지를 애니팡이 보여줬고, 그 길을 수많은 모바일 게임이 좇고 있다.

◆새뚝이= 기존의 장벽을 허물고 새 장을 연 사람을 말한다. 독창적인 활동으로 세상을 밝히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중앙일보는 1998년부터 매년 연말 스포츠·문화·사회·경제·과학 분야에서 참신하고 뛰어난 성과를 낸 인물들을 새뚝이로 선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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