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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역전 ‘4H 학습법’ 소개에 전교생 22명 눈빛이 반짝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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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2012년 마지막 ‘전국 NIE 다독다독(多讀多讀) 콘서트’는 18일 경북 구미에 위치한 무을중에서 열렸다. 신청 사연을 보낸 이종숙 교사는 “전교생 22명에, 강당도 없는 작은 학교”라고 학교를 소개했다. “주변이 논밭뿐인 환경에서 아이들이 제풀에 지쳐가는 것 같아요. NIE 콘서트를 통해 꿈과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이 교사와 학생들의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연탄길』의 저자 이철환씨와 『하루공부법』으로 유명한 박철범 강사가 영하의 날씨를 뚫고 구미를 찾았다.

‘전국 NIE 다독다독 콘서트’에서 강연을 맡은 소설가 이철환(오른쪽 위)씨는 “‘공감과 설득의 힘’을 얻으려면 신문과 책으로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책으로 균형잡힌 관점 기르세요”

“나를 설명할 수 있는 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힘, 그리고 사람을 설득하는 힘. 이 세 가지가 성공한 인생의 조건이 아닐까요?” 『연탄길』과 『위로』 등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유명한 이철환 작가는 ‘무엇을 어떻게 꿈꿀 것인가’를 주제로 학생들에게 1시간 동안 열정적인 강연을 이어갔다.

 이 작가는 강연 내내 ‘공감과 설득의 힘’에 대해 강조했다. 이 힘을 얻기 위한 조건으로 “신문과 책을 읽으며 다양한 간접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사실을 꼽았다. “아프리카에서 5초에 한 명씩 굶주림에 시달리다 죽어간다는 사실을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시간과 공간의 제약 때문에 직접 가볼 순 없지만 신문과 책을 통해 이 사실을 생생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겁니다.”

 신문과 책을 통해 균형 잡힌 관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이 작가는 “여러분은 세상을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있나요, 보이는 대로 보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보고 싶은 대로 본다’는 것은 나의 기준과 잣대를 세상에 들이댄다는 의미고, ‘보이는 대로 본다’면 편견과 고정관념 없이 액면 그대로의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이 작가는 이 두 가지 관점의 차이를 알려주기 위해 자신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보여주며 ‘판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한 편 들려줬다.

 이야기는 어미 판다가 어느 날부터 눈만 오면 나무 위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다는 데서 시작했다. 어미 판다의 행동을 보고 많은 동물이 “이상하다”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을 때 파란 토끼 한 마리가 “어미 판다가 눈 오는 날 새끼들을 위해 먹이를 구하러 나갔다가 자신의 발자국을 추적한 사냥꾼들에 의해 새끼들을 잃었다”는 사연을 알려준다는 줄거리다.

 이 작가의 그림과 이야기에 넋을 잃고 듣던 학생들은 어미 판다가 죽음에 이른다는 마지막 그림을 보고 “아~” 하며 탄식을 쏟았다. 이 작가는 “나의 기준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보이는 대로 바라볼 수 있다”며 강연을 마쳤다.

 따뜻하고 감성적인 강연의 여운 때문인지 학생들의 질문도 여느 학교와 달랐다. 3학년 배수찬군은 “인생을 살다 보면 비바람을 맞는 게 당연한데 그럴 때 무너지지 않고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이 작가는 “거듭되는 실패가 결국 삶에 눈부신 교훈을 던져줍니다. 주의할 점은 ‘최선을 다한 실패’만이 가르침을 준다는 사실이지요”이라고 성심껏 답했다.

 이상휘(2학년)군은 “모든 일에 항상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자신에게 항상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내라고 얘기해주세요. 자신을 소중히 여기다보면 다른 사람을 존중하게 되고, 결국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엉덩이·손·머리·가슴 활용해보세요”

『하루공부법』이라는 책으로 청소년들의 공부 멘토라 불리는 박철범 강사는 “나도 전교생이 100명이 안 되는 작은 중학교를 졸업했다”고 운을 뗐다. “여러분만 한 나이에 나는 눈에 보이는 건 논밭뿐이고, 대학생 한 명 만나기 힘든 상황에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조차 모른 채 펑펑 놀기만 했다”고 말했다.

 하위권을 맴돌았던 성적도 부끄러움 없이 공개했다. “고등학교 1학년에 올라가서 첫 중간고사에서는 50점, 1학년 2학기 기말고사 때는 25점을 받았던 수준”이었다며 “이랬던 내가 어떻게 서울대에 진학했는지, 지금 고려대 로스쿨(법학대학원)에서 법조인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는지 그 비결을 알려주겠다”고 얘기했다.

 그는 칠판에 ‘4H 학습법’이라고 적었다. “우리 신체에 있는 부위 중 ‘H’로 시작하는 네 가지만 잘 활용하면 지금 성적이 어떤 수준이건 간에 최상위권으로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4H란 엉덩이(Hip)·손(Hand)·머리(Head)·가슴(Heart)이다. 박 강사는 “하루에 5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게 공부의 첫 단계”라며 “엉덩이 훈련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효과적인 공부법’을 찾는 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일갈했다. 앉아 있는 훈련이 끝났다면 책을 펼치고 손을 이용해 어떤 내용이건 적으라는 것이다. 그는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은 저절로는 절대 생기지 않는다”며 “무조건 앉아서 손을 움직이면 집중력은 나중에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계가 끝난 뒤에 효과적으로 시간을 배분하는 요령이나 학습법 등 머리(Head)를 쓰는 방법을 고민해보면 된다.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까지 찾는다면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끼고 감동하는 ‘Heart의 단계’가 온다고 설명했다.

 박 강사의 명쾌한 설명에 학생들은 필기를 하며 경청했다. 이군은 “나에게 맞는 공부법이 뭘까 항상 고민했는데, 아직 엉덩이 훈련도 제대로 안 돼 있는 것 같아 부끄럽다”며 “오늘 들은 대로만 하면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눈을 빛냈다. 1학년 안주원양은 “시골에서 사니까 도시 아이들보다 성적을 올리기 힘들 것 같았는데, 학습법에 대해 들으니 자신감이 생긴다”고 웃었다.

글·사진=박형수 기자

◆전국 NIE 다독다독(多讀多讀) 콘서트=중앙일보 열려라 공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이 함께 진행하는 명사 강연회다. 산간·도서 지역 중·고교에 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한 명사와 공부법 전문가가 직접 찾아가 그들의 신문과 책 읽기에 대한 경험담과 성적 향상 노하우를 전수한다. 강연이 끝나면 명사들과 문답하는 대화의 시간도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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