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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왔네 … 1만여 명 솔로대첩 ‘실망대첩’ 됐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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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즉석 연인 만들기 이벤트인 ‘솔로대첩’ 행사가 열려 참석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이날 여의도 공원에 모인 인원은 경찰 추산 3500명, 주최 측 추산 1만5000명이었다. [김형수 기자]

말도 많았던 대규모 미팅 행사 ‘솔로대첩’이 영하 6도의 강추위 속에서 서울·부산·광주 등 전국 9개 도시에서 열렸다. 하지만 과도한 남녀 성비 차이로 행사에 참여했던 많은 ‘솔로남’들에겐 크리스마스 이브 날 더 쓸쓸함과 실망만 안긴 행사가 됐다.

 서울 여의도공원엔 오후 3시 무렵부터 수많은 10대와 20대가 몰려들었다. 이날 여의도 공원에 모인 인원은 경찰 추산 3500명, 주최 측 추산 1만5000명이었다. 당초 페이스북을 통해 참가 의사를 밝힌 사람은 2만2000명이었다. 사전에 온라인으로 공지된 ‘남자는 흰색, 여자는 빨간색, 커플은 초록색 복장’이라는 규칙을 지킨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행사를 취재하는 보도진과 구경하려는 시민도 상당수였다.

 이번 행사는 아이디 ‘님이 연애를 시작하셨습니다’라는 대학생 유태형(24)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크리스마스 때 대규모 미팅 한번 할까”라는 글로 시작됐다. 그의 글이 호응을 얻으면서 서울을 포함해 부산·광주 등 전국 14곳으로 확산됐다. 행사 장소가 된 여의도공원 측은 ‘안전사고’를 이유로 장소 사용을 불허하면서 “강행할 경우 고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의식한 주최 측은 공식 무대나 사회자가 없는 플래시몹 행사(사전 연락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군중이 약속장소에 모여 짧은 시간 동안 일정한 행동 후 흩어지는 행사)로 진행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의미하는 3시24분 행사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마음에 맞는 이성에게 다가가 “산책하러 오셨어요” “같이 하실래요” 등 약속된 말을 걸었다.

그러나 남성 참가자가 여성 참가자보다 최소 세 배나 많아 실제 맺어진 커플은 많지 않았다. 행사는 20분도 안 돼 끝났지만 아쉬움이 남은 남자 참가자들은 밤늦게까지 여의도공원을 서성거렸다.

이날 행사에는 남자가 여자보다 많았다. 왼쪽 사진부터 ‘내 손 꼬옥 잡아줘’라는 글을 빨간색 망토 위에 붙이고 행사장으로 가고 있는 여성 참가자들, 커플이 된 뒤 포옹하고 있는 참가자들, 행사장 입구에서 익살스러운 문구를 매달고 앉아 있는 삽살개. [김형수·임현동 기자], [뉴스1]

 이 때문에 곳곳에서 불평이 쏟아졌다. 직장인 김경원(29)씨는 “직장이 쉬는 날이라 친구들과 왔는데 행사 자체가 너무 우왕좌왕 진행돼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친구와 같이 왔다는 김재헌(24·대학생)씨는 “여자가 많지 않아 차라리 PC방이나 가야겠다”고 했다. 곳곳에서 “괜히 왔네”라는 말들이 나왔다.

 식음료업체·소셜커머스업체 등의 판촉행사 때문에 공원 입구는 매우 혼잡했다. 경찰은 혹시 있을지 모를 성추행 등 사건·사고에 대비해 이날 230명의 인원을 배치했지만 별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만남의 광장 앞 백사장에서도 ‘솔로대첩’ 행사가 진행됐다. 진행자들이 빨간색 옷을 입은 20대 여성 3~4명을 행사장 안으로 데리고 나오자 구경꾼들도 “와~” 하는 환호성을 지르며 열기를 띠는 듯했다. 그러나 진행자가 “남자분들도 앞으로 나와주세요”라고 하자 갑자기 100여 명의 남성이 몰려 나오면서 행사는 30여 분 만에 끝나버렸다. 10여 명의 여성 참가자들이 남성 참가자들이 몰려나오는 것을 보고 놀라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전은 행사 자체가 불허됐고 인천·원주·천안·제주의 경우 여성 참가자가 없어 무산됐다.

 대구에서는 비교적 성황리에 행사가 진행됐다. 오후 5시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광장에 20대 남녀 7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비보이 댄스와 힙합그룹의 공연이 이어지자 금세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공연이 끝나자 사회자가 데이트 신청 요령을 설명한 뒤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집단 미팅이 이뤄져 100여 명이 파트너를 찾았다. 대구 행사를 주관한 이벤트업체 ‘연애가이드’의 이동민 공동대표는 “행사가 성황리에 끝나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가혁·송지영·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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