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타운 10년…“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계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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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서울시가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추진한 뉴타운 사업이 지난달로 꼭 10년째를 맞았다. 뉴타운은 계획 초기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기도 했다.

서울 등 외지인이 대거 몰리면서 투기 광풍이 일었고 지분(새 아파트를 받을 권리) 값은 치솟았다. 하지만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고 서울 뉴타운 큰 타격을 받았다.

치솟은 분양가에 늘어난 추가부담금(새 아파트 입주 때 추가로 내는 비용)을 견디지 못한 조합원은 외지로 쫓겨났고 사업은 하나둘씩 좌초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취임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직후 ‘뉴타운 신정책구상’을 수립,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게 된다.

그러나 주민 갈등은 여전하고 매몰비용 문제로 정부와 대립하는 등 뉴타운 사업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명박의 ‘뉴타운’ 박원순이 ‘출구전략’

뉴타운 사업은 2002년 뉴타운 시범지역으로 성북구 길음뉴타운, 은평구 은평뉴타운,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등 3곳을 확정하면서 닻을 올렸다. 이 3곳의 사업 면적만 508만1000㎡에 달한다.

이후 뉴타운 사업은 2003월 11월 한남·노량진 등 12곳이 2차로 지정됐고, 2005년 12월 시흥·수색 등 10곳이 추가된 데 이어 2007년 창신·숭인지구가 더해져 총 24곳이 지정됐다.

뉴타운이라는 말은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이 영어권 국가에서 신도시를 일컫는 말인 뉴타운에서 가져왔다. 이 뉴타운은, 쉽게 말해 개별 구역별로 추진되던 재개발·재건축을 권역별로 묶은 것이다.

무분별한 도심개발로 인한 도시균형발전을 위해 정비사업이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었다. 인근의 재개발 구역 여러 곳을 묶어 개발하면 보다 체계적이고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용적률 상향 등 각종 인센티브를 줬다. 개별 단지뿐 아니라 권역별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야 하므로 주민들에게 당근을 준 것이다. 하지만 뉴타운이 서울시의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주민 반발 재개발 구역 못지 않아

여러 구역을 한 데 묶어 뉴타운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사업 구도는 기존의 재개발 사업이다. 각종 인센티브를 줘 사업성을 높여줬지만 일반 재개발 사업처럼 결국 주민이 주도하는 사업이라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일반 재개발 구역과 마찬가지로 주민간 다툼 등으로 사업 진척은 더뎠다. 시범뉴타운인 왕십리뉴타운이 아직도 개발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3개 구역 가운데 1개 구역만 분양했고, 나머지 2개 구역은 몇 년째 사업이 답보 상태다.

시범뉴타운인 은평뉴타운도 결코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은평뉴타운 내 미분양 아파트 616가구를 대폭 할인해 팔고 있다. 미분양을 줄이고자 내놓은 대책이었다.

349만㎡ 땅에 1만5924가구를 지은 대규모 주거단지지만 지금은 장기 미분양에 시달리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이런 마당에 세계 금융위기까지 터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위축, 뉴타운이 뿌리채 흔들리기 시작했다.

박 시장은 ‘뉴타운·재개발 수습방안’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무분별하게 지정된 구역 해제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이른바 출구전략으로 불리는 이 방안을 통해 지난 8월 재개발·재건축 18곳의 정비(예정)구역이 해제됐고 11월 8곳이 추가 해제되면서 본격화했다.

뉴타운 미래? 장담 못해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사업을 추진하고 싶어도 집값이 내려서, 사업을 접고 싶어도 매몰비용 문제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조차 뉴타운에 대한 전망을 “예측이 어렵다”고 말한다.

미분양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아니더라도 뉴타운 사업의 수익성 자체가 떨어져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까지는 이 같은 정체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뉴타운 사업은 재개발이나 재건축과 같은 일반 정비사업처럼 일반분양 물량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아 조합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지만 시장 침체로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 만큼 이같은 기대감을 현실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결국 각 뉴타운구역 내 조합원의 사업에 대한 추진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구역 해제가 결정됐거나 불가피한 곳들도 서울시나 각 자치구청을 통해 매몰비용을 지원받기 만만치 않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서울 아파트 값이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 때문에 적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뉴타운·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 인한 시장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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