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반올림 탈락 수험생 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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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입시에서 주요 대학들이 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반올림해 전형한 탓에 불합격한 수험생들이 무더기로 구제될 전망이다.

이상주(李相周)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13일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수능 성적 반올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장.단기 대책을 조만간 마련하겠다"면서 "올 입시에서 불합리하게 탈락한 수험생을 구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李부총리는 이어 "수능 성적을 반올림해 탈락한 사실이 확인되는 수험생의 경우 각 대학이 일단 합격시킨 뒤 내년도 입시에서 그 숫자만큼 덜 뽑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입시에서 동점자 처리를 위해 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지침을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합격한 수험생은 그대로 두고 불합리하게 탈락했다고 주장하는 수험생들만을 대상으로 재사정해 추가 합격시키거나 정원 외로 입학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대학별로 수능 성적을 반올림했기 때문에 탈락한 수험생들을 파악하는 작업에 나섰다.

만약 이번에 이들이 구제되면 대학입시에서 불합격생이 무더기로 구제되는 첫 사례가 된다. 1996학년도 고입 선발고사에서 남녀 합격선 차별로 불합격된 여학생 2만여명이 구제된 바 있다.

한편 교육부가 이런 방침을 정해도 반올림에 따른 불합격 여부를 가리는 일이 쉽지 않아 탈락 수험생 구제가 어느 정도까지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능 성적과 함께 학생부.논술.구술면접 성적 등을 합산해 사정한 대학의 경우 수능 성적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데다 재사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희대 관계자는 "피해 수험생을 구제한다는 방침이 확정될 경우 수능 성적만으로 사정한 곳의 경우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수험생의 소수점 이하 성적을 다시 받아 사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현재 각 대학에 수험생들의 수능 원점수를 소수점 이하까지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20일부터 전형을 시작하는 '다'군 전형 83개 대학은 수능 성적 반올림에 따른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대학은 이미 합격자를 발표했기 때문에 탈락한 수험생을 구제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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