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절단 후 '모두 집합! 파이팅' 하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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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과 KIA에 몸담았던 내야수 이두환(24·사진)이 폐까지 번진 암세포를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뒀다. 자신을 위해 정성을 모았던 동료와 팬, 가족을 뒤로한 채 세상과 이별했다.

 이두환이 입원했던 서울 원자력병원은 21일 “이두환 선수가 오후 5시30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두환은 뼈암의 일종인 대퇴골두육종으로 지난 1년 동안 8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암세포를 줄이기 위해 왼 다리를 절단했다. 최근엔 산소호흡기와 강력한 진통제에 의존하며 병마와 힘겹게 싸웠다. [중앙일보 12월 21일자 40면]

 이두환은 미래의 홈런왕을 꿈꿨던 유망주였다. 2007년 두산 2차 2라운드 10순위로 입단한 그는 2010년 퓨처스(2군) 리그에서 타율 3할6푼2리, 21홈런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8월에는 1군에 올라와 13경기에서 타율 3할2푼, 1홈런·6타점을 올렸다.

 이두환은 지난해 3월 연습경기 도중 타구에 왼 정강이를 맞은 뒤 봉와직염 수술을 받았다. 허무하게 시즌을 끝낸 이두환은 8개월 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IA로 이적했고, 지난해 12월 정밀검진에서 대퇴골두육종 판정을 받고 쓰러졌다. 그의 어머니 성효선씨는 “두환이가 왼 다리를 절단한 이후 ‘모두 집합! 파이팅’이라고 잠꼬대를 종종 했다. 꿈에서라도 그라운드를 뛰고 싶어했다”고 회상했다.

 이두환이 병상에 누워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지자 야구계는 온정의 손길을 모았다. 지난 14일 이두환의 팬들은 일일호프를 열었고, 다음날엔 두산 선수단이 자선 경매를 통해 2000만원이 넘는 수익금을 마련했다. 21일에는 동료 선수들이 마련한 ‘이두환 돕기 자선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폭설로 경기가 취소됐고, 이두환도 이날 눈을 감았다. 이두환의 빈소는 서울 원자력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3일이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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