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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받고 사랑 주고 … 따뜻하네요 야구의 겨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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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이두환

추운 날 사랑은 더 따뜻하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팬들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고 있다. 겨울 동안 야구는 쉬지만 야구인의 이웃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두산과 KIA에 몸담았던 이두환(24)은 뼈암의 일종인 대퇴골두육종으로 투병 중이다. 송지만·이택근·박병호 등 넥센 선수들은 20일 이두환이 입원해 있는 서울 원자력병원을 찾아 치료비 300만원을 전했다. 이두환의 팬들은 지난 14일 ‘이두환 돕기 일일호프’ 행사를 열었다. 김선우·김현수·노경은·이용찬 등 두산 선수들이 각자의 야구용품을 경매에 내놨고, 호프 수익금을 더해 총 2107만원이 모였다. 이들뿐만 아니라 일부 구단과 선수들이 조용히 이두환을 돕고 있다.

 이두환은 지난 1년간 여덟 차례나 수술을 받았고 지난달에는 폐까지 번진 암세포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왼다리를 절단했다. 고관절까지 잘라내 앉기도 어려워 병상에 누워만 있다. ‘제2의 이대호’를 꿈꿨던 2010년 퓨처스(2군)리그 홈런왕의 희망도 함께 쓰러졌다. 그의 폐에는 아직도 제거하지 못한 종양이 남아 있다. 이두환의 코에는 산소호흡기가, 팔에는 강력한 진통제인 모르핀과 무통주사가 꽂혀 있다. 어머니 성효선씨는 “병원에서 ‘이번 주가 고비다.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암세포가 찰거머리처럼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생명이 위태로운데도 이두환은 야구를 한다. 어머니는 “두환이가 약에 취해 잠들면 잠꼬대를 한다. 왼다리를 절단한 이후엔 ‘모두 집합, 파이팅’ 같은 말을 하더라. 꿈을 꾸면서도 그라운드를 그리워한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5일 ‘이두환 돕기 자선호프’에서 두산 투수 정재훈(오른쪽)이 서빙을 하고 있다. [사진 두산]

 21일에는 이두환을 돕기 위한 자선경기가 목동구장에서 열린다. 22일엔 2006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이두환과 함께 뛰었던 동기 김광현(SK)·임태훈(두산) 등이 나서 일일호프를 연다. 성씨는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감사할 뿐이다. 두환이가 씩씩하게 일어나는 모습을 꼭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온정은 야구계 바깥으로도 퍼지고 있다. 친구이자 라이벌인 김태균(30·한화)과 이대호(30·일본 오릭스)는 홈런 대결 대신 선행 대결을 벌이고 있다.

 김태균은 지난 4일 대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하며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멤버가 됐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이다. 김태균은 스포츠 선수 중 홍명보에 이어 두 번째로 이 모임에 가입했다.

 이대호는 일본에서 받은 월간 최우수선수(MVP) 상금 2000만원을 독거노인을 위해 내놨다. “할머니가 나를 키워주셨다. 돈을 벌면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돕겠다고 다짐했다”고 이대호는 말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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