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환란 극복 공신 노벨상 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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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계는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이 예상됐던 사람에게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재무.정보경제학 등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팔방미인으로 "어떤 연구로 상을 받았는지 궁금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찍부터 노벨상 수상이 점쳐졌다.'리스크(위험)'란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 시절 '개발도상국의 대변인'이라는 평을 들으며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극복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인물이다. 그는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에 고금리 정책을 적용한 데 대해 "한국의 위기는 재정적자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닌 데 중남미에 적용했던 고금리 정책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경기위축만 불러올 뿐"이라고 비판했다. IMF는 결국 1998년 고금리 정책을 포기했고,이에 힘입어 그 해 우리나라 경제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스탠리 피셔 전 IMF 부총재,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부장관 등과 함께 '워싱턴 3인방'으로 꼽혔으나 97년 이후 개도국의 입장에 선 주장을 펼치면서 지난해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에서 밀려났다. 지난 7월 서부의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동부 뉴욕의 컬럼비아대로 옮기는 게 미국 언론에 크게 소개될 정도였다.

그는 지난 해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은 옳은 결정이며,하루빨리 기업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티글리츠 교수 밑에서 세계은행 국제경제팀장을 지냈던 전광우 우리금융지주회사 부회장은 "우리나라로선 '훈장'을 줘야 할 사람"이라며 "젊은 시절 경제이론에선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 없다고 말해 오만하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지만, 인간미가 넘치는 따뜻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조지 애커로프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 교수는 정보가 부족하면 시장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뤄지지 않는 이른바 '시장실패'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지적한 학자다. 마이클 스펜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신호이론(시그널링)을 처음으로 정보경제학에 도입했다. 사람들이 굳이 상급학교에 가려는 이유는 본인이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기 위해서라는 게 스펜스 교수의 설명이다.

이들이 노벨상을 수상한 이론인 정보경제학은 한쪽만 정보를 알고 상대방은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할 때 나타나는 현상을 분석하는 미시경제학의 한 분야다. 게임이론.계약이론 등에 많이 활용된다. 예를 들어 중고차를 사고 팔 때 차의 상태에 대해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아는 정도가 다른 점이 값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경제행위를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세정.서경호 기자 s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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