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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바다처럼…|납북어부가족 250명 피의 절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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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해 어장에서 고기잡이하다 총부리 앞에 떨며 북괴에 납북 당한 채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 어부 42명(이중엔 학생소년 등 6명 포함)의 가족 2백 50여 명은 북쪽 바다만 바라보며 눈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들 납북어민 중에는 어민 아닌 10대 소년학도들이 6명이나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으며 그 가족들은 「일반어민은 돌려보내면서도 죄 없는 어린 학생들은 왜 안 보내느냐」고 북괴만행에 대해 분노에 차 있다. 그 가족들은 이런 미성년자들을 하루빨리 송환되도록 당국은 모든 힘을 기울여 달라고 애소하고있다.
이번 겨울에 대진 앞 바다 휴전선 남쪽 해역에서 어로작업 중 납북된 어선은 모두 13척. 이중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 배는 5척이다.
지난 11월15일 거진항을 출항한 춘곡호(15「톤」25마력·충무항 소속·선주 지철규)와 11월20일 거진항을 떠난 명덕호(12「톤」 19마력·경북 축산항 소속·선주 이상춘) 그리고 11월30일 속초항을 떠난 행영호 (8「톤」 20마력·경남 거제도 소속·선주 정종석·49·거제군 장목면 농소리)와 지난 26일의 총격피습사건 때 강제 납북된 거진항 소속 동명호(13「톤」 20마력·선주 한장호·42·거진1구) 와 영풍호(7「톤」20마력·선주 장관흥·52· 거진5구) 등.
이 가운데 명덕호는 명태잡이에 재미를 못 보자 오징어잡이로 전환, 이날 첫 출어를 하다 변을 당했다.
이 배에는 경북 축산항에서 배와 함께 올라온 이갑수 선장 등 9명의 어부의 거진항의 어부 2명 및 10대 소년학생 등 6명이 탔는데(당국의 보고는 16명) 이들 학생들은 오징어를 잡아 학비에 보태 쓰려 했다는 것. 이날 따라 바다에는 농무가 끼어 위치와 방향을 잃고 속초항인줄 알고 긴급 대피해 간다는 것이 이북 장전항이었다.(돌아온 정원수 거진호 선장 등 송환어부의 말) 그 후 어부들은 송환되었으나 학생들은 어디론지 끌려가면서 『아저씨,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고 마구 울어댔다 한다.
1구12반 이송익(53)씨의 2남 병기(17)군은 작년에 거진중학을 졸업, 금년에 거진실업고교에 진학하려고, 준비중에 변을 당했다.
가장 나이 어린 1구17반 김형수(47)씨의 장남 장원(16) 군도 병기 군과 마찬가지. 거진실고 3년에 재학중인 주인복(19) 군은 어머니 장순녀(54)씨와 단 둘이 살다 끌려갔다. 이밖에 최덕출(57)씨의 2남 영준(18) 군이나 김천승(54) 씨의 2남 성만(18) 군, 이수현(49)씨의 2남 창영(19) 군 등도 모두 학교를 중퇴했거나 진학을 준비중인 소년들이다. 이밖에 신재봉(48·1구6반) 씨는 부인 김부전(49), 장남 명길(13) 군 등 5명의 가족을 셋방에 남겨둔 채 납북됐다. 어린것들은 배가 고프다고 울고 있다. 박종수(26) 군은 제대 한 달만에 홀어머니 장순이 (48) 씨와 어린 동생 4명을 남긴 채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가족들은 「죽은 자만 서럽다」는 동해바다의 철학(?)에 따라 아무도 돌보는 사람 없이 비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들이 안 돌아오면 죽을 수밖에 없다. 꽤 뒤에 납북된 배도 돌아왔는데 안 돌아오느냐?』고 장순녀 여인은 발을 구르며 통곡했다. 어협에는 납북선원의 명단도 없었으며 경찰은 경찰대로 명단이 없다고만 말하고있다. (수상경비소, 지서, 본서) 가족들만이 통곡하는 납북어민, 학생들의 송환대책은 과연 없을 것인가? 지친 어민들의 『내 아들 남편들을 보내달라』는 메아리는 동해안 북단을 울려 퍼지고 있다.

<납북어민 부양가족 상황>
◇춘곡호=선장 이갑수 외 5명 기타 미상.
◇명덕호=▲이병기(17·거진1구12반·가족5명) ▲김장원(16·거진1구7반·가족7명) ▲박종수(26·거진5구·부양가족6명) ▲최영준(18·거진2구l반·가족8명) ▲주인복(19·거진1구12반·가족1명) ▲신재봉(48·거진1구6반·가족5명) ▲김성만(18·거진1구·가족9명) ▲이창영(19·거진1구4반·가족8명) ▲선장 김종옥(경북 축산항) 외 9명은 미상.
◇행영호=▲선장 이동근(51·속초 청학동32반·부양가족 미상) ▲백학래(40·양양군 전진리·가족미상) ▲김석장(33·경남 거제군 장목면 농소리·가족미상) ▲임춘익(32·속초 청학동2반·가족미상) ▲기관장 고정길(26·속초 청학동 14반·가족미상)
◇동명호=▲선장 조근수(35·거진4구 3반·부양가족 4명) ▲기관장 김용만(48·거진l구 10반·가족5명) ▲박상동(3l·거진4구 3반·가족8명) ▲김현성(30·거진2구 5반·가족5명) ▲엄태준(32·거진4구 3반·가족7명) ▲이보춘(34·거진l구 1반·가족 4명)
◇영풍호=▲선장 조완옥(56·거진1구 2반·가족4명) ▲기관장 오덕기(43·거진1구 10반· 가족7명) ▲윤인옥(36·거진1구 10반·가족l0명) ▲황창섭(55·거진1구 2반·가족6명) ▲이종호(39·거진1구 10반·가족6명) ▲김정현(34·거진1구 2반·가족5명) ▲김장섭(44·거진4구 10반·가족5명)
【속초주재=양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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