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 창작집-「도로아미타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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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기씨가 창작집 「도로아미타불」을 냈다. 기다렸던 책이다. 작가 민기씨는 우리 나라 작단에선 드문, 악력 있는 작가다.
우리 나라 문단의 순조롭지 못하달 만한 악기류 속에서 민기씨는 그의 이번 창작집을 통해 커다란 발전주임을 보여주고 있다.
민기씨는 작품을 다룰 때 언제나 생활 단원을 기조로 해서 일제 사격을 한다. 종횡무진의 역투다. 그래서 안전타를 싫어한다.
「도로아미타불」이나 「인간 괴뢰」 또는 「전쟁이 드나드는 방」을 보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온기도 냉기도 일으키질 않는다.
그대로 생리적 영도 속이다.
작가 민기씨에게선 한가지 더 살 것이 있다. 문장의 흐름이다. 낱말 하나 함부로 다루는 법이 없다. 살을 깎는 작업이다. 주눅이 들어 맥도 못써 해 하는 딴 작가들이 따르지 못할 흔치않은 일이다. <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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