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인치 완전 평면 모니터 '소니 멀티스캔 E23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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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사의 모니터는 이 회사의 독특한 CRT 방식인 트리니트론관을 고수해 왔다.

초기의 트리니트론관은 완전 평면이 아니고 원통형이어서 다소 배불뚝이 같았다. 이어 나온 FD 트리니트론관은 개량형으로 완전 평면을 구현했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소니의 모니터는 모두 FD 트리니트론 계열에 속한다.

이처럼 고가, 고성능을 고집하던 소니가 최근 저가의 모니터를 선보였다.

가격 하락 추세에 있는 국내 모니터 시장 상황에서 다양한 라인업으로 시장의 요구에 발맞추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소니의 제품다워, 가격은 낮아도 성능까지 낮지는 않다. 갖출 것은 다 갖춘 소니의 저가형 모니터를 만나보자.

완전 평면 FD 트리니티론관 사용

멀티스캔(Multiscan) E230은 모델명 CPD-E230으로 불린다. 가정이나 소호에 어울리는 보급형 제품이다. 소니는 고급 사용자를 위한 G 시리즈와 F 시리즈도 선보이고 있는데, 멀티스캔 E230은 외형, 크기에 있어서는 고급형과 비슷하지만 사양과 가격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선 제품의 사양을 살펴보자. CRT는 17인치 FD 트리니트론 방식이며, 실제 가시 영역은 16인치 정도다. AG 피치(트리니트론 계열에서는 도트피치 대신 아파처그릴피치를 사용한다)는 0.24∼0.25mm로 섬세한 편이다. 수직주파수는 48∼170Hz를 지원하며, 수평주파수 30∼85kHz의 넓은 영역을 지원한다.

권장 해상도는 1024×768, 85Hz지만 최대 해상도는 1280×1024, 75Hz다. 1280×1024 해상도로 사용할 때도 깜박거림이나 어른거림이 전혀 없었다. CRT는 저반사 코팅 처리를 해 LCD 모니터처럼 반사가 적다.

제품의 외관은 차분한 느낌을 준다. CRT를 고정하는 프레임이 얇아 전체적으로 CRT가 크게 느껴지며, 완전 평면이어서 유리 표면과 화상 사이에 거리가 느껴진다. 트리니트론관을 사용한 까닭에 화면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댐퍼 선이 보인다.

조정 패널은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이다. 조이스틱 방식으로 조작하게 돼 있는데, 메뉴 버튼을 누르고 메뉴를 지정한 뒤 조이스틱으로 상하좌우 움직여 수치를 설정한다. 처음에는 조이스틱에 익숙치 않아 원하지 않는 설정을 하게 되었지만 곧 익숙해졌다. 버튼 주변의 노란 지시등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포인트가 없어 단조로워 보인다. 조이스틱을 메탈 계열로 바꾸어도 좋을 듯하다.

이 제품은 보급형이라 뒷면 단자가 부실하다. USB 단자는 기대할 수도 없으며, 데이터 케이블이 본체에 고정되어 있다. 이는 보급형 모니터의 전형으로, 데이터 케이블을 분리할 수 없어 이동시 불편하다. 또 사용한 지 오래되어 선이 낡고 접촉 상태가 나빠졌을 경우 교체하기도 어렵다.

색감 구현 능력 우수

제품을 연결해 보았다. 그래픽 카드로는 32MB Ge포스 계열을 사용했다. 단계별로 해상도를 올려보았더니 최대 1280×1024까지 올라갔다. 이 정도면 보여줄 수 있는 화면이 넓어 가정뿐 아니라 사무실에서 사용하기에도 충분했다.

이어 노키아에서 나온 노키아 모니터 테스터라는 프로그램을 실행해 보았다. 공장 기본값으로 조정한 후 프로그램을 실행하자 화면에 가득 차지 못했고, 설정 메뉴로 크기와 위치를 조정해 주어야 했다. 자동 조절 모드가 없어 수동으로 조절해야 했다. 능숙해지면 핀쿠션을 잘 맞추게 되겠지만, 초보자라면 처음엔 좀 어려울 것이다.

핀쿠션을 조절한 후 테스트 화면에서 인쇄용 확대경으로 CRT를 자세히 관찰했다. 트리니트론 특유의 세로 아파처 그릴을 확대경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멀티스캔 E230은 RGB 원색 구현에서도 깨끗한 색감을 보였다. 이 밖에 게임이나 고해상도 이미지에서 원색 구현이 우수했고, 저반사 CRT 덕분에 고해상도의 정지 이미지는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설정 모드는 다양한 항목을 지원한다. 화면의 크기와 위치를 조절할 수 있음은 물론 좌우로 비틀거나 모서리 각도를 바꿀 수도 있다. 다만 화면 자동 조정이나 설정 저장 기능이 없다. 이 제품은 저렴한 가격(30만원대로 예상된다)에 갖출 기능을 모두 갖추어 가정용뿐 아니라 사무용으로도 적합하다.

글·이효진 기자 lee727@howo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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