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허리둘레 줄이면 혈압·혈당·이상지혈증 좋아져 1석3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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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갑범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대사증후군포럼 회장

당뇨병 1000만 명 시대. 고령화와 함께 풍요에 따른 영양 과다가 가져온 재앙이다. 그대로 두면 국민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생산성 저하와 엄청난 의료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이제는 정부와 기업, 관련 학자들과 단체가 발 벗고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되었다.

 당뇨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복부비만이다. 우리가 음식물을 통해 섭취한 영양소 중 일상생활과 운동 등으로 소모되지 않고 남은 영양소, 특히 그중에서 탄수화물은 지방으로 변해 뱃속에 쌓인다.

 이렇게 뱃속에 쌓인 지방은 다량의 지방산을 방출해 혈액 내 지방산의 농도를 증가시켜 인슐린 작용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돼도 제 기능을 못하는 인슐린저항성이 생기고 혈당이 높아져 당뇨병으로 이행되는 것이다.

 당뇨병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제2형 당뇨병의 대부분은 이렇게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해 일어나는 것으로, 결국 그 원인은 복부비만이 특징이다. 복부비만은 대사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남자는 허리 둘레 90㎝ 이상, 여자는 85㎝ 이상 ▶남녀 공히 혈압 130/85㎜/Hg이상 ▶혈청 중성지방 150㎎/dl이상 ▶HDL콜레스테롤은 남자 40㎎/dl, 여자 50㎎/dl 이하 ▶공복혈당 100㎎/dl 이상 중 세 가지 이상이면 대사증후군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운동을 해서 허리 둘레를 줄이면 혈압이나 이상지혈증, 혈당수치도 함께 좋아지는 1석3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뱃살을 빼서 허리 둘레를 기준 이하로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뇨병 1000만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일이 뱃살 빼는 데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사는 혈당이 높은 환자를 진료할 때 단순히 혈당에만 치우치지 말고 환자의 허리 둘레를 재보고 환자에게 운동을 권장하는 등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인슐린저항성 여부를 반드시 가려 이를 교정해 주는 치료를 해야 한다.

 혈당이 높다고 무조건 인슐린을 처방하면 고인슐린혈증을 일으켜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킨다. 고인슐린혈증이 되면 뱃살이 더 늘고, 혈관 벽이 두꺼워진다. 특히 혈관 내에 노폐물이 쌓이게 돼 동맥경화증과 뇌졸중 등 더 무서운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정부는 당뇨병 1000만 시대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그야말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전문가 집단을 모아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와 함께 전국적으로 범국민운동을 전개해 국민 뱃살 줄이기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피보험자 및 피부양자를 대상으로 정기건강검진을 통해 대사증후군환자를 가려내고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사후관리를 해줘야 한다. 일본은 2007년부터 대사증후군을 관리해 무려 1조 엔의 의료비를 절감했다. 오늘부터라도 모든 국민은 가벼운 산책부터 빠르게 걷기까지, 또는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을 택해 허리 둘레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허갑범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대사증후군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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