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민 기자의 뷰티업] 고가 화장품 흉내 낸 미투 화장품, 효과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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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민 기자

‘미투(me-too)’ 상품이란 게 있다. ‘다른 누군가의 성공한 전략이나 실행계획, 상품 등을 따라 하거나 비슷하게 만든 것’이란 뜻이다. ‘대박 상품’의 유사 제품, 히트한 광고의 분위기와 어법 등을 모방하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런데 미투는 모조 상품, 즉 ‘짝퉁’과는 좀 다른 개념으로 사용된다. 짝퉁은 베끼는 주체가 불법 사업자이고, 따라서 베낀 결과물 자체도 불법이다. 외견상 원본과 다른 점은 찾기 힘들다. 원본 생산자가 봐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미투 상품은 ‘원조’ 제품과 비슷하지만 다르게 만든다. 요즘 ‘미투 제품’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화장품을 예로 들자면 분위기나 컨셉트만 비슷할 뿐, 제품의 이름·성분·가격 등이 원본과는 확연하게 구별된다. 발효 성분을 이용한 묽은 액체 형태, 용기는 반투명 유리병, 용기 뚜껑은 반짝이는 은색인 화장품을 예로 들어 보자. 이런 특징을 지닌 원조 화장품은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베스트셀러였다. 그러니 소비자들은 몇 가지 특징 만으로도 ‘이 제품이군’하고 바로 알아챈다. 미투 화장품은 이 세 가지 요소 등을 적절히 흉내내 만든다. 소비자들도 다른 제품이라고 인식한다. 그렇지만 이 제품은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 원조의 명성에 기대 소비자들에게 더 빠르고 쉽게 다가간다.

 최근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미투 화장품을 사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건 이런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방증이다. ‘출시 ○개월 만에 ○백만 개 판매’ 하는 식으로 마케팅하는 제품이 한둘이 아니다. 판매도 성공적이다. 원인은 뭘까. 소비자들이 원조보다 미투 제품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해서일까. 아니다. 최근 인기를 얻은 미투 화장품은 예외 없이 ‘비슷한 효과지만 우리 것이 원조보다 훨씬 싸다’고 호소한다. ‘원조보다 더 나은 효과’나 ‘원조엔 없던 더 좋은 특허 성분이 있다’고 주장하는 업체는 없다. 일반적인 상품 마케팅과는 다른 점이다.

 비록 더 낫지는 않지만 효과가 비슷하고 더 싸다는데 마다할 소비자는 없다. 불경기 탓에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로선 이런 제품들이 반갑다. 10만원이 넘는 원조 화장품 대신 2만~3만원대인 미투 화장품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니 ‘써보자’ 하는 것 같다. 소비자들은 나름의 합리적 판단 기준을 갖고 있다. 고가의 원조 상품과 같은 분위기의 ‘미투 상품’에 대한 심리적 기대도 있을 것이다.

 미투 상품 바람이 이는데도, 원조 화장품 쪽은 여유만만이다. ‘해볼 테면 해보라’며 미투 제품에 관심조차 갖고 있지 않은 듯한다. 그들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배경을 설명한다. “소비자들은 기술 혁신과 연구를 통해 만들어낸 고품질의 제품에서 많은 것을 얻는다. 그게 싼 가격 하나에 무너질 리 없다”는 거다. 시간이 지난 뒤 소비자들의 평가가 어떨지는 두고 볼 일이다.  

오늘 밤 10시50분 JTBC 뷰티 버라이어티 ‘뷰티업’에선 ‘미투 화장품’ 바람을 몰고 온 ‘원조 화장품’을 다시 짚어본다. 화장품에 관한 트렌드와 정보를 수다로 풀어놓는 코너 ‘코스모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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