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겨 100년 여대생이 집대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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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도가 한국의 피겨스케이팅 1백년 역사를 집대성했다.

최근 '한국의 피겨스케이팅 100년'(사진(下))을 발간한 이상은(22.이화여대.사진(上))씨는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 4학년생. 피겨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낸 유망주였다.

올림픽에 출전할 꿈을 지녔던 그녀는 겨우 중학교 1학년 때 얼음판을 떠났다. 1993년 10월 태릉실내링크 가스 폭발사고 때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빙상인 추모대회 개막식 도중 선수대기실에서 난방용 부탄가스통이 폭발, 성우그룹 정몽선 회장의 부인과 딸이 숨졌다. 개막식장에 있던 이씨는 친구 어머니와 친구 동생이 처참한 모습으로 구급차에 실리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이들의 옆에 앉아 있었던 어머니 나용미(52)씨를 찾지 못해 "우리 엄마도 죽었다"면서 30분간이나 울었다고 한다. 나씨는 가스 폭발 직전 딸의 유니폼을 찾으러 선수대기실을 나와 기적적으로 화를 면했다.

이씨는 한동안 "내가 엄마를 죽일 뻔했다"며 불을 켜놓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고, 악몽에 시달리다가 결국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대학 진학 후 도서관에서 책을 찾다가 우연히 빙상 관련 서적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씨는 책을 직접 써보기로 했다. 중학교 때까지 피겨 선수 생활을 했던 어머니와 언니 종은(24)씨도 팔을 걷어붙였다. 자매가 글을 쓰면 엄마가 수정을 했다.

"인터넷과 e-메일을 통해 미국 도서관에서 사진을 사기도 했다"는 나용미씨는 "10년 전 사고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흐른다. 아마 이 일을 하라고 새 삶을 주신 것 같다"고 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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