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이 쏘아올린 '큰 功'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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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

이형택의 투어대회 우승 직후 전 국가대표인 노갑택(39) 명지대 남자테니스팀 감독은 말을 잇지 못했다. 노감독은 "챔피언과 준우승자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크다. 이제 형택이는 세계 최고라는 자신감으로 더욱 높이 날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형택은 자신감이라는 수확 외에 이번 우승으로 '챔피언'이라는 스포츠 선수 최고의 영예를 안게 됐다. 1년에 열리는 투어대회는 60여개며 이중 한번이라도 우승한 선수는 30여명에 불과한데 바로 이형택이 바늘 같은 구멍을 통과한 것이다.

이형택은 세계 정상급 선수라는 지명도를 얻게 됐다. 바로 이 점이 2000년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16강에 진출한 것과는 또다른 의미를 지닌다.

당시 이형택은 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 랭킹 포인트 1백65점을 얻어 이번 우승으로 확보한 1백75점과 맞먹는 성적을 거뒀으나 세계 테니스계에 '복병'이라는 이미지만 남긴 채 잊혀진 존재가 됐다.

이번 우승 직후 BBC 등 해외 언론이 '무명의 반란'이라며 이형택에 대해 무지함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형택의 향상된 인지도와 유명세는 테니스가 인기종목인 유럽 무대에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연간 수억원씩 투자하며 이형택을 키워온 삼성의 기업 이미지도 유럽에서 높아질 것이다. 이형택은 광고효과에 따른 금전적 보상까지 얻을 수 있다.

이형택의 성공은 한국 테니스계에 새로운 길을 밝혀줄 것으로 보인다. 순수 국내파인 이형택이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점은 후배 선수들에게 커다란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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