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노령연금 올해 예산 4조인데 박·문 공약 시행 땐 최대 14조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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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9만 명에 달하는 65세 이상 노인 표를 겨냥한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복지공약이 너무 나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득 하위 노인 66%(389만 명)에게 월 9만4600원을 주는 기초노령연금이다. 10일 TV토론에서도 두 후보는 신경전을 벌였다. 박 후보는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모든 노인이 대상이라는 의미에서 명칭도 기초연금으로 바꿨다. 문 후보도 박 후보와 큰 차이가 없다. 2017년까지 노인의 80~90%에게 월 18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겠다고 했다.

 박 후보가 집권하면 내년부터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 문 후보가 당선되면 2017년 전후 거의 대부분 노인에게 월 18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초노령연금 예산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부담하는데 올 예산은 4조원이다. 박 후보 안대로 하면 내년에 14조원, 2017년에 17조원이 들어간다. 문 후보가 공약을 이행하려면 내년에 예산이 6조9000억원으로, 2017년에는 15조5000억~19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누가 되든 지금보다 3~5배의 돈이 더 드는 것이다.

 기초노령연금법에 따르면 기초노령연금은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두 배로 올리되 노인의 70%까지만 지급하도록 돼 있다. 인상 시기와 방법은 국회에 연금개선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두 후보는 절차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문 후보가 복지와 교육 등 전체 공약을 이행하려면 5년간 192조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초연금 등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 계획이 나와 있지 않다. 박 후보는 더 나가 기초연금 예산을 국민연금에서 끌어다 쓰려 한다. 박 후보 측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국민연금에서 30%를 조달해 기초연금에 쓸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려면 내년에 당장 4조원을 국민연금이 대야 한다.

 하지만 이 방안은 문제가 있다. 국민연금은 젊어서 보험료를 내고 노후에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은 주머니가 완전히 다른 제도다. 국민연금을 헐어 보험료를 내지 않는 노인에게 주면 국민 재산권을 침해하게 돼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재정 불안이 커지고 국민 불신도 높아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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