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 로켓 발사 시한 29일로 1주일 연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북한이 10일 장거리 로켓 ‘은하-3호’의 발사 기간을 29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하루 전인 9일 한 북한 주민이 영하의 날씨에 웅크린 채 평양 김일성 광장의 김일성(왼쪽)과 김정일 초상화 앞을 지나고 있다. [평양 AP=연합뉴스]

북한이 10일부터 22일로 잡혔던 장거리 로켓 발사 기간을 29일까지로 연장했다. 북한은 10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명의의 담화를 통해 “운반로켓의 1계단(단계) 조종발동기 계통의 기술적 결함이 발견돼 위성발사 예정일을 29일까지로 연장하게 된다”고 밝혔다. 담화는 “조선의 과학자·기술자들은 과학기술위성 ‘광명성 3호’ 2호기의 발사를 위한 준비사업을 마지막 단계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9일 새벽 “일련의 사정이 제기돼 발사시기를 조절하는 문제를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언급한 조종발동기가 어떤 부품을 말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1단 로켓의 엔진 출력을 조절하거나 방향을 제어하는 기능을 하는 부위로 보고 있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엔진을 제어하는 장치에 기계적 결함이 발생했다면 29일까지 발사 준비를 끝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다만 로켓을 발사대에서 떼내지 않고 작업할 정도라면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 탈북 과학자는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하는 서보모터(servomotor·제어용 전동기)를 일컫는다”며 “큰 결함이라고 보긴 어렵고 모터를 교체하면 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발사 초기 비행기능을 담당하는 1단 로켓은 전체 추진력의 70% 이상을 내는 곳으로 조종장치에 문제가 생길 경우 발사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문제가 된 1단 추진체는 노동미사일 추진 엔진 4개를 묶어 만든 것으로 파악된다. 4월에 발사한 ‘은하 3호’ 로켓 1호기는 1단 추진체 분리에 실패하면서 460㎞를 비행하다 공중 폭발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기술결함 요인을 구체적이고 신속하게 공개하고 조정된 발사일정을 밝힌 건 지연 장기화에 따른 부정적 여론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0일 현재 발사를 준비 중인 평북 철산군 동창리 기지는 영하 15도 이하의 혹한이 계속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약 25m 정도로 추정되는 3단 로켓 본체를 발사대에 장착한 상태며, 가림막을 두른 채 수리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한·미 감시망에 포착됐다. 가림막이 제거되면 발사를 위한 카운트다운이 임박했다는 의미다. 대북 정보 관계자는 “현지 체류 중인 기술진과 지원 차량의 움직임이 활발해 결함부 보완과 발사준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당초 발사일정을 1주일 늦춤에 따라 연내 발사를 강행할 공산이 커졌다. 특히 대선 전 이뤄질 것이 유력했던 발사는 선거일인 19일 이후로 잡힐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술 결함을 순조롭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 발사 시기를 또다시 연장하거나 아예 취소할 수도 있다. 당국자는 “김일성 100회 생일 이벤트였던 4월 발사가 1단 분리에 실패한 데 이어 이번 발사까지 무산될 경우 김정은 체제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수정 제시된 기간에 강행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켓 발사를 김정일의 유훈(遺訓)으로 공언한 북한이 발사 일정을 무리하게 잡으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일련의 사정’을 거론하며 발사시기 조절을 시사한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낸 건 9일 새벽 0시36분이었다. 그러다 이튿날 오후 4시 ‘조종발동기 이상’을 발표했다. 불과 40시간도 지나지 않아 결함 요인을 찾아냈다며 새로운 발사일정을 제시한 건 아무래도 시간에 쫓기는 모습이란 지적이다. 북한이 김정일 사망 1주기(17일)의 상징성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관계기사]

▶ "北 장거리로켓 발사대에서 내려 수리중"
▶ 한·미·일, 북 로켓 감시 비용 하루 16억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