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최철한과 ‘독사’라는 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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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제2보(18~29)=1985년생인 최철한 9단은 12세 때 프로가 되었는데요. 조훈현(9세), 조혜연(11세), 이창호(11세)에 이어 역대 네 번째 빠른 기록이지요. 얼굴에 가득 홍조를 띤 채 바둑판을 바라보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15세 때부터 농심배 한국 대표였으니까 최철한도 꽤 빠르게 이름을 날렸습니다. 그리고 19세 때 이창호 9단을 꺾고 국수 자리에 오르지요. 최철한은 이창호의 천적이었습니다. 최고의 자랑인 응씨배 우승컵도 결승에서 이창호를 상대로 따낸 것이지요(상대 전적도 28승27패로 간발의 차이나마 앞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바둑의 계보를 잇는 이창호의 뒷자리는 동문 선배 이세돌 9단에게 내줘야 했습니다. 어려서 한솥밥을 먹을 때 먼저 입문한 선배에게 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혹시 그게 원인일까요. 아무튼 최철한은 2년 선배 이세돌과의 경쟁에서 조금 밀리며 상대 전적도 17승28패로 뒤지고 있습니다. 최철한은 ‘독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요. 나는 그 별명이 싫습니다. 그의 바둑이 격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처럼 인간미 있고 때묻지 않은 청년에게 웬 독사란 말입니까. 반드시 좋은 별명을 하나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예전 바둑을 보면 18보다는 ‘참고도’ 백1로 둔 것이 많습니다. 공격을 위해선 이 수가 좋은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흐름은 중앙을 중시하는 것이지요. 더구나 이 판은 흑2~6으로 중앙을 제압당하면 거의 망하는 거지요.

 24로 하나 던져놓은 것은 손해가 아닙니다. 상대를 바쁘게 하는 수고 또 뒷맛도 남게 됩니다. 29에서 백은 기로에 섭니다. A로 이을 것이냐, B로 절단할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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