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파워리더⑮ 박창수 네오플램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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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네오플램의 박창수 대표가 주력 제품인 컬러 냄비를 소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컬러 칼, 컬러 도마 등 디자인을 내세운 주방기구를 잇따라 선보였다. [박종근 기자]

연두색·하늘색·노란색·분홍색 등의 알록달록한 파스텔톤 냄비로 주방용품 시장에서 급성장한 중견기업이 있다. 네오플램이다. 1990년 설립된 이 회사의 시작은 하이엘무역. 해외 주방용품을 수입·유통하는 작은 업체였다. 하지만 수입을 해보니 외국 주방업체들은 국내 시장이 좀 커진다 싶으면 유통책을 바꾸거나 직진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와서 국내 시장에 파는 것만으로는 오래지 않아 성장 한계에 부닥칠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

 결국 네오플램은 2006년부터 독자 제품 생산에 뛰어들었다. 박창수(50) 네오플램 대표는 “우리 브랜드로, 우리 디자이너로, 우리 특허로 주방 명품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외 유수 업체와 거래하다 보니 어떤 제품을 만들면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어떻게 유통망을 공략해야 하는지 노하우가 쌓여 제품만 제대로 만들면 승산이 있다 싶었다”는 것이다.

 “모든 가정에서 쓰면서 압도적인 세계 1등 브랜드가 없는 제품”을 첫 생산 대상으로 잡았다. 바로 도마였다.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특별한 소재로 독특한 제품을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항균 소재를 만들던 세계 1위 업체 미국의 마이크로반을 찾았다. 팔릴지 안 팔릴지 모르면서 1년에 50만 달러(약 5억4000만원)어치 항균 소재를 선주문하는 모험을 했다.

 단순한 도마지만 디자인도 앞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마를 컬러로 만든 이유다. 마이크로반 소재를 쓴 컬러 도마는 2006년 출시돼 대박을 치며 세계 도마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손잡이와 칼날에 색을 넣은, 2007년 개발한 ‘컬러 칼’도 잘 팔려나갔다. 박 대표는 “하지만 도마와 칼 시장은 워낙 규모가 작았다. 당시 세계 1위 프라이팬인 벨기에 그린팬이 한국에서 세라믹 코팅제를 가져다 쓴다는 데 착안해 세라믹 코팅 냄비를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개발한 것이 국내 최초의 세라믹 코팅 컬러 냄비다. 도마와 칼을 만들었을 때처럼 디자인과 친환경 소재를 차별화 포인트로 삼았다. 제품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달에 5만 개만 생산이 가능했는데, 주문은 20여만 개가 몰렸다. 요구 물량을 못 대자 우후죽순 카피 제품들이 생겼다. 지금은 한 달 5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박 대표는 “중견기업이라도 자신만의 기술, 디자인이 있어야 세계시장에서 먹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생산한 모든 제품에 독자적 소재와 디자인을 적용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국내 중견기업으론 드물게 지난 7월 30명 규모의 독자 디자인연구소를 만든 것도 그래서다. 올해 국내 쿡웨어 브랜드 최초로 iF 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연이어 수상해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두 개를 탔다.

 2006년 매출 90억원이었던 회사는 올해 1200억원을 바라볼 정도로 커졌다. 60여 개국에 수출하고, 수출 비중도 50% 정도다. 최근 열린 해외 유통상 회의 때 백화점에서 고급화 전략으로 적은 물량을 비싸게 팔겠다는 싱가포르 유통상에게 “그건 우리 회사 원칙이 아니다. 저렴하게 많이 팔아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프랑스의 르쿠르제(명품 냄비업체), 미국의 옥소(종합 주방용품 업체) 같은 세계적인 주방용품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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