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린세스 다이어리

중앙일보

입력

당신에게 갑자기 이런 전보가 날아든다. 먼 친척이 막대한 유산을 남기고 돌아가셨으니 돈을 찾아가라고…. 이럴 수도 있다. 고아인 줄 알았는데 어느날 리무진을 탄 갑부가 나타난다.

"애야, 눈을 붙이고 잘 날이 없단다" 는 말과 함께….

TV 통속 드라마에서 즐겨 쓰는 출생의 비밀이다.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는 용감하게도 이 낡디낡은 소재에서 출발한다. 게다가 신데렐라 구조를 완벽하게 좇아간다. 어느 순간에 찾아온 백마 탄 왕자님, 그리고 나의 엄청난 변신….

그런데 '프린세스 다이어리' 는 불쾌하지 않다. 숱하게 보고 들은 뻔한 이야기인데도 말이다. 멀게 보면 오래오래 내려오는 동화의 마력일 게요, 짧게 보면 그만큼 연출력이 살아있다는 뜻일 게다.

15세의 소녀 미아(앤 해더웨이.사진) . 친구들 앞에서 발표조차 제대로 못하는 수줍은 아이다. 유일한 소망이라면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것.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유럽의 작은 왕국인 제노비아의 여왕인 할머니(줄리 앤드류스) 가 그를 후계자로 선택해 왕위를 물려받으라는 것. 대인 공포증에 시달리는 그가 왕국의 공주라니….

처음엔 반발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설득으로 최종 선택은 본인에게 맡기라며 할머니의 제안을 조건부로 수용한다. 이후의 사건은 설명이 필요없는 일.

왕실의 법규를 온갖 실수를 거듭하며 배워나가고, 가까웠던 친구와 소원해지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등등.

간결하면서 유쾌한 에피소드를 군데군데 삽입하면서 손녀와 할머니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 초첨을 맞춘 까닭에 익숙하되 진부한 느낌은 주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들 내부에 감춰진 질투심을 살짝살짝 건드린다. '사운드 오브 뮤직' 의 가정교사 줄리 앤드류스가 분위기를 진득하게 끌어가고, 신인 배우 앤 해더웨이의 상큼한 마스크도 보기 좋다.

'귀여운 여인' 의 게리 마샬 감독. 28일 개봉.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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