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공격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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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라고는 칼, 가위 밖에 없었던 불과 10여명의 광신자들이 세계경제를 대혼란속으로 밀어넣었다. 이렇게 작은 인원이 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이처럼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한 적은 없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2일 이번 뉴욕-워싱턴 테러공격에 따른 피해와 이에 대한 보복공격의 비용 등 경제적 손실이 엄청난 규모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량화할 수 없는 6천300명 이상의 인명손실에 10만명 이상의 일자리가 이미 사라졌고 런던과 뉴욕에서 우량기업들의 시가총액이 2천800억파운드(560조원)나 날아갔다고 신문은 말했다.

또 지난주 미국 경제의 마비상태로 인해 미국의 산업생산 차질이 400억달러에이른 것으로 신문은 추산했다.

미국의 경제규모는 연간 10조달러, 1주일에 2천억달러.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주 미국경제가 정지했다고 말할 때 과장한 것일지는 몰라도 소비자들의 소비지출은 약 20%가 감소했고 소비자들의 소비지출이 미국경제의 7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한주간에만 30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말이 된다.

미국의 수출도 경제활동 중단으로 크게 타격을 받았다. 미국의 서방선진 7개국에 대한 수출의 25%는 항공편으로 수송된다. 자금압박과 미래수요의 불확실성으로기업들의 투자계획도 동결됐다.

피해가 가장 극명한 분야는 항공업종으로 감원이 가장 먼저 발표됐다. 노스웨스트항공이 지난 21일 직원의 19%에 달하는 1만명 감원을 발표함으로써 그동안 발표된 항공업계의 총감원규모를 8만명으로 끌어올렸다. 잠재적 파급효과도 엄청나서 여객기 제조업체인 보잉사는 이미 3만명의 감원을 발표했다.

보험업계도 피해가 큰 업종이다. 유럽의 스위스 리, 뮌헨 리 등 세계적인 재보험사들이 300억달러 이상의 보험청구액을 예상하고 있다. 이번에 테러공격으로 붕괴된 맨해튼의 청소와 재건축 비용 지급액은 지난 92년 허리케인 앤드루의 피해보상액200억달러보다 훨씬 큰 사상 최대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에 미친 테러공격의 영향은 항공업계나 보험업계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신문은 말했다.

전세계에 걸쳐 그리고 거의 전종목에 걸쳐 주가가 곤두박질 쳤으며 증시의 한관계자는 이를 "투기적 거품의 정반대"라고 표현했다.

미국정부도 보복공격에 엄청난 비용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미 재건축에 400억달러, 항공사에 150억달러, 국방에 180억달러, 교육에 40억달러, 비상구조에 22억달러 등의 지원계획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분석가들은 올해 1천7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던 재정흑자가 이번 테러공격으로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미국 경제가 반등하는데 얼마나 오래 걸리냐는 것이다. 해답은 미국과 아프가니스탄간의 군사적 대치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 또 소비자 소비지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달려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그러나 380억달러에 달하는 부시 행정부의 세금환급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자들이 거리로 나가 돈을 펑펑 쓸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을 아무도 없다.

일부 분석가들은 벌써 올해가 세계경제에 20년내 최악의 해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테러공격이 더 발생하지 않으며 경제가 지체없이 저금리에 반응할 때를 가정한 것이라고 신문은 강조했다.(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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