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을 업어 메쳤다, 방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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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만

‘비운의 천재’ 방귀만(29·남양주시청)이 오랜 아픔을 딛고 부활했다.

 방귀만은 6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12 KRA 코리아월드컵 국제유도대회 남자 73㎏급 결승에서 이영준(국군체육부대)을 절반으로 꺾고 우승했다. 2년2개월 만에 그가 돌아왔다.

 방귀만은 201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우승했지만 도핑 테스트에서 메틸헥사민이 검출돼 세계반도핑기구(WADA)로부터 2년간 출전금지를 당했다. 다른 나라 선수가 건네준 음료수를 무심코 마신 게 화근이었다.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2년을 보냈다.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66㎏급 1회전에서 탈락한 뒤 체급을 73㎏급으로 올렸다. 오랜 준비 기간 끝에 2010년 수원 마스터스 대회에서 왕기춘(포항시청)을 꺾고 우승하며 체급의 최강자로 올라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전성기를 달리던 방귀만에게 2년 공백은 너무 길었다.

 대형 유망주는 그렇게 사라지는 듯했다. 은퇴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4월 결혼해 낳은 아들과 내년 초 태어날 둘째를 생각하며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 방귀만은 대전체고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며 개인훈련을 병행했다. 징계가 풀리면 언제든 돌아갈 준비를 한 것이다. 방귀만은 지난달 조인철 유도 대표팀 감독의 추천으로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고, 2년2개월 만의 국제대회 복귀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방귀만은 “복귀전을 앞두고 중압감이 심했지만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며 “73㎏급 세계랭킹 1위 왕기춘이 내게 큰 자극이 된다. 더 물러설 곳이 없는 만큼 이제 제대로 해보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제주=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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