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재래부두는 노조원 천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부산항 재래부두는 항운노조원들의 천국인가. 일에 비해 많은 인력이 배치돼 하는 일 없이 월 수백만원의 임금을 꼬박꼬박 챙기는 인력이 수두룩하다. 사용주인 하역회사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900억원을 들여 장비를 현대화했지만 인력은 줄지 않고 있다. 임금 비중이 매출의 70%를 넘기도 한다.

한 하역회사 관계자는 "3명이 할 수 있는 일에 18명이 배치되고 있다"며 "일반 회사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현상이 빚어지는 곳이 재래부두"라고 지적했다.

◆유휴 인력 넘쳐=부산 북항 1.2.중앙.3.4.7 부두 등 재래부두는 1997년부터 물동량의 80% 이상을 크레인으로 처리한다. 집게로 컨테이너를 집어 하역작업을 하는 크레인은 북항 부두에 26대가 설치돼 있다. 크레인 설치비는 대당 35억원 정도로 모두 900억원이 투입된 셈이다.

부산항 재래부두에서 일하는 항운 노조원은 지난해 말 3633명. 2003년(3691명)에 비해 58명 감소했다. 2001년 3764명, 2002년 3707명 등으로 거의 변동이 없다.

현재 크레인 한 대에 배치되는 노조원은 16명이다. 노조원들은 크레인으로 작업할 경우 4~6명이 컨테이너 적재 보조, 수신호.교통정리 등 작업을 돕지만 실제 일하는 사람은 2~3명이다. 하역회사들은 크레인으로 작업할 경우 기사 한 명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역회사 관계자는 "주로 사람이 작업하던 시절의 인력 배치 관행이 유지되고 있다"며 "정년 등으로 자리가 빌 경우 아들이나 친척이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이 관행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에 좀처럼 인력이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금 비중 계속 커져=부산항운노조와 항만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북항 재래부두에 배치된 항운 노조원들의 월 평균 임금은 180만~28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받는 임금과 고용보험.국민연금 등 부대비용을 합친 인건비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한 하역회사의 경우 98년 69.8%에서 2003년 79.4%까지 상승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 직원 인건비까지 합치면 하역비 전체가 인건비로 나간다"며 "실제 일하는 하역 장비 몫이 없는 이상한 구조"라고 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장비를 더 현대화하고 작업 효율을 높여 부두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으나 인건비 비중이 너무 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부산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비상식적인 노임 체계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강진권.김관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