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산의 생명 판화읽기] 마른 풀잎의 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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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초입에는 소리들로 가득합니다. 풀벌레들 소리가 귀안 가득 찹니다. 마른 풀잎 서걱이는 소리에 마음은 휑하니 뚫립니다. 소리 소리들은 오선지 같은 찬바람을 타고 노래가 됩니다.

온갖 생명 있는 피부들이 따스함을 향해 한껏 열리는 계절입니다. 귀뚜라미의 예민한 촉수가 또르르 도레미 우주와 교신하고 있습니다. 날 선 풀잎을 거쳐 산의 보드라운 속살을 거쳐 하얀 갈대꽃을 흩날리며 달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가을은 바람의 계절입니다. 바람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마음입니다. 그 마음 마음들을 이어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외로움이요 그리움입니다. 비어 있는 곳, 모자라는 생명들이 바람 불어 다시 가난하게 차오르는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 남궁산은…


▶1961년 서울 출생

▶인천대학교 졸업

▶남궁 산 판화전, 소생하는 봄 전, 국제장서표전, 시와 판화의 만남 전, 남궁 산 목판화전 등 다수의 전시회

▶저서『생명 그리고 희망』『그 나무에 새긴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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