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왈패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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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패 이야기/오세영 지음, 화남, 9천원

시인 오세영씨가 15년 만에 산문집 '왈패 이야기'를 펴냈다. 그의 산문집은 인간적이고 따뜻하다. 무엇보다 차분하다. 그 어떤 비아냥에 집중하거나 대상을 향해 날 선 비판의 칼날을 들이미는 산문이 좋은 글이라 추앙받는 요즘의 세태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중용의 의미를 탐색하고 흔히 쓰이는 언어의 그릇됨을 나직하게 읊조린다. 그래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양식이 될 만한 글이다. 제목에 쓰인 '왈패'는 저자가 기르던 진돗개의 이름.

왈패를 내세운 몇 편의 산문은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저자가 한 생명과 인연을 맺으면서 변해가는 마음의 모양새를 기분좋게 담아냈다. 유복자로 태어난 저자가 외가에서 맞이한 설풍경을 그리며 할머니의 이웃사랑 정신을 떠올린다거나 하는 경험담도 실려있다.

'미운 놈에게서 떡 하나 뺏기'는 저자의 공동체 철학을 보여주는 글이다. 우리 사회가 목소리 큰 사람에게 약해져서는 안된다는 뜻. 부모님 주머니 사정을 걱정해 새 옷 타령을 하지 않는 둘째 아이에게 "원래 성격이 착해서"라며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부모들 사례를 든다.

아이들의 순수한 본심이 왜곡되듯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만 피해를 보는 세상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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