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당뇨병과 고혈압을 동시에 앓고 있다면 올 겨울 조심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김철식 교수

당뇨병과 고혈압을 함께 앓는 환자들은 올 겨울을 특히 조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겨울에는 기온 변동이 크고 강추위가 잦을 것이라는 기상 예보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혈관은 기온이 떨어지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수축하게 되며 이로 인해 혈압이 올라간다. 동맥경화가 있는 환자의 경우 혈압이 갑작스럽게 올라가면 혈관이 막힐 위험성이 있으며, 혈관이 막히게 되면 뇌졸중, 심장마비 등 치명적인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

동맥경화는 노화, 당뇨병, 고혈압, 비만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데, 동맥경화가 어느 길로 통하는 혈관에 생기느냐에 따라 증상이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관상동맥(심장혈관)에 생기면 협심증이 생길 수 있고 뇌동맥이나 경동맥에 생기면 뇌졸중이나 뇌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신장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에 동맥경화가 생기면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단백뇨가 생기고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는 신부전이 나타나게 된다.

많은 노인들이 겨울철에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인의 경우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큰데, 차가운 기온에 갑자기 노출되면 위에서 언급한 치명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 때 빠른 대처가 이뤄지지 않으면 비극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방법은 당뇨병이나 고혈압 관리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마디로 당뇨병과 고혈압만 제대로 관리해도 동맥경화까지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자신의 몸 상태를 전문의와 상담하고 상태에 맞는 약제를 처방 받아 제때 복용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에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관리와 함께 합병증도 관리할 수 있는 약제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어 예방이나 치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한 예로 고혈압이 있는 당뇨병 환자에게는 신질환 예방 효과가 있는 레닌-안지오텐신계를 억제하는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레닌-안지오텐신계를 억제하는 고혈압 치료제는 단백뇨를 감소시켜주고 말기신부전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낮춰준다.

생활습관 관리 또한 매우 중요하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앓고 있다면 지나친 육류 섭취를 줄이고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되 자기에게 적절한 칼로리를 섭취하도록 한다. 섬유질이 많은 채소 섭취를 늘리는 한편 담배는 끊고 절주하도록 한다. 운동은 혈당과 혈압을 낮추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과격한 운동보다는 등에 땀이 조금 날 정도의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

우리 몸에 일어나는 사건은 어느 한 순간,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평소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지고 건강상태를 관리해 나가는 한편, 자신의 질병 특성에 대해 잘 알고 급작스러운 기온 변화 등에 잘 대비한다면 올 겨울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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