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격 세계경제 파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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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겨냥한 미국의 보복 공격이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에 주름살을 더하는 것은 아닐까.

과거 걸프전 때 이미 유사한 경험을 했던 세계 주요국은 이번 공격의 파장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단 현재로서는 금융.상품시장에 또 한번 심리적인 영향은 주겠지만 충격파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아프간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미미한 데다 주변의 중동 산유국들이 아프간에 동조해 미국과 맞설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 아프간의 경제력=중동에 인접해 있지만 석유는 나지 않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산업은 가내 수공업과 농업.목축업이 전부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21억달러(1인당 8백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수출입을 합한 대외 교역량은 2억달러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김흥종 연구위원은 "아프간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 라며 "중동국가들과도 거의 경제적 교류가 없다" 고 말했다.

◇ 중동전 확산 가능성은 낮아=역시 최대 걱정은 전쟁이 인접 중동으로 확산돼 국제 유가가 뛰어오르는 경우다. 중동 지역은 세계 석유수출물량(하루 7천3백만배럴)의 3분의1(2천4백만배럴)을 공급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프간의 탈레반은 이슬람권에서도 고립된 과격.근본주의 이념을 갖고 있다" 며 "아랍국가들이 아프간을 도와 미국에 맞서는 일은 없을 것" 이라고 말한다.

미국과 걸프전을 치렀던 이라크가 복병이지만 심정적 동조감을 표시하는 정도면 모를까 또 다시 초토화되는 것을 각오하며 아프간을 돕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도 공격 대상을 아랍국으로 넓히려 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유가가 뛸 경우 미국 경제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란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 국내 기업들 예의주시=삼성.LG.SK그룹 등 대기업들은 직원들의 중동지역 출장을 자제시키고 유가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

삼성그룹 등은 미국의 보복공격 이후 예상되는 원유 등 주요 원자재의 가격 상승세와 달러 등 결제자금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하라고 각 계열사에 지시했다. 또 원자재 조달처를 중동 이외의 지역으로 분산하고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에 대비, 대체할 선박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SK㈜는 장기전에 대비해 수입처를 다양화하고 자체 비축물량을 늘리도록 하는 등 비상대책을 마련 중이다. 해외 건설업체들은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당장 공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고 있지 않지만 역시 중동으로의 확전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현재 중동에서 벌이고 있는 공사장은 15개 업체, 63개 현장으로 공사 잔액만 25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 54억달러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8개국이 16억달러를 차지했다. 올 들어 12일 현재까지 수주한 26억달러 가운데는 중동에서 따온 것이 절반인 13억달러에 이른다.

김광기.김동섭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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