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국觀 심상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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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의 반미(反美)시위에 대한 미국 조야(朝野)의 반응은 당초 우려가 대부분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반감과 분노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8일 미국 폭스 TV 인터넷판에 뜬 케니스 아델만의 논평은 미국 지식인들이 노골적으로 '반한(反韓)'을 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아델만은 '남한은 수치를 알라(Shame of the South)'는 제목의 글에서 6.25를 언급하면서 "한국인들에게는 이미 잊힌 전쟁이 됐지만 미국인들은 그 전쟁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델만은 "워싱턴 한국전 기념관에는 뼈를 에는 추위 속에서 소총을 잡고 북한 침략군과 대치하고 있는 미군 병사들의 동상이 있다"면서 "한국의 새로운 세대(new generation)는 3만3천6백42명의 미군이 잊힌 전쟁에서 그들의 생명을 버렸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는 자기를 구하고 보호해준 미국과 자기를 침략한 북한을 어떤 면에서는 동일시하고 있고 이런 어리석은 짓은 정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면서 "한국민들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 정부에 대해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시했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가 미군 주둔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면 휴전선에서 북한의 침공을 막고 있는 3만7천명의 미군은 떠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며 부시 대통령에게 결단이 필요하다고 환기시켰다.

아델만은 1975~77년 당시에도 국방장관이던 도널드 럼즈펠드 현 국방장관의 보좌관을 했고, 레이건 대통령 때는 유엔 대사와 군비통제관을 지낸 보수파다. 또 9일자 워싱턴 포스트는 "현재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도 남한에선 북한에 동정하고 미국을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며 "1980년대 반미를 외쳐온 급진세력들이 사회의 중추세력인 20~30대와 힘을 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6일자 시카고 선타임스에는 "반미운동을 기조로 선거운동을 했던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북한보다 더 문제"라면서 "한국은 한국전에서 미국인이 흘린 피에 대해 별로 감사하지 않고 있고 그것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로버트 노박의 칼럼이 실렸다.

이 때문에 미국 내 한국 동포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김영근 워싱턴 한인협의회장은 "반미 시위가 격화되면 동포들은 미국에서 생활하기가 어려워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뉴욕경제인협회와 재미 한국상공회의소(KOCHAM) 회장단은 지난 6일 "한국 최대의 수출시장이자 투자국인 미국과의 경제관계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반미시위를 자제해 달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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