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벌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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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하늘이 아름다워지면서 요즈음 서울 하늘에는 「애드벌룬」이 더 많이 떠 있는 것 같다. 둥둥 떠있는 가지각색의 그 풍선을 한참보고 있으면 무척 마음이 평화로와 져서 즐겁다.
4·19 「데모」가 한창인 무렵의 일이다. 서울 장안은 온통 살벌한 공기가 떠돌고 계엄령이 선포된 거리는 무시무시한 바람에 꽉 차있었다.
뭣인가 절박한 사태에 몰려 있는 듯한 기분, 그것이 설사 좋은 상태로 향하는 일일지라도 그 순간의 무질서한 사태에는 못 견뎌 하는 사람들의 얼굴들. 나도 역시 매한가지였다. 따지고 보면, 어째서라는 구체적인 이유는 없었던 것인데 분명히 나도 물결에 밀리어 안정을 잃고 있었던 것 같다
텅 빈 학교를 지키다 일찍 퇴근한 나는 광화문에서 종로 쪽으로 걷고 있었다. 문득 눈에 들어온 풍선…. 커다란 코끼리가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것이 아닌가. 구름 한 점 없이 파란하늘에 말이다. 그야말로 땅위의 어지러움과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한가로운 모습이었다.
그때의 그 코끼리가 아무런 마음이 없는 풍선이 무슨 뜻을 나에게 전해 주었는지 알 수 없지만 유유히 떠 있는 그 「애드벌룬」을 보고 마음이 누그러졌던 것만은 사실이다.
나의 경우 위안이란 지극히 작은 그리고 무심한 것에서부터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들은 행복한 것일까….
지금도 나는 모든 생활질서가 뒤집힌 혼란 상태에서 그날 그 풍선을 띄워 주었던 여유 있는 주인공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다. <이화여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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