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과 영적 교감 실감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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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베토벤의 '장엄미사' 를 연주한 게 귀국 후 첫 무대였지요. 오페라와는 달리 오라토리오 무대에 설 때는 청중과 영적으로 교감하고 있다는 게 실감납니다. 연주가 끝나고도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아요. 벌써 열번 째 무대에 서다니 저는 정말 행운아예요. " (신지화)

"오라토리오는 서양음악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해요. 악보를 보노라면 정신이 티없이 맑아집니다. 지휘할 때도 음악 외적인 면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무척 신경을 쓰지요. " (최영철)

창단 10주년을 맞는 서울오라토리오합창단의 지휘자 최영철(50)과 최다 독창자 출연자인 소프라노 신지화(이화여대 교수.40)가 서울 서초동에 있는 합창단 연습실에서 만났다.

오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할 하이든의 '천지창조' 를 연습하기 위해서다.

서울오라토리오합창단 포스터에는 지휘자의 이름이 없다.

'지나친 겸손이 아니냐' 고 묻자 그는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독창자가 중요하다" 며 "지휘자는 청중에게 작곡자를 소개하는 역할일 뿐" 이라고 말했다.

언론과의 인터뷰도 이번이 처음이다. 합창단 없는 지휘자는 무의미하다는 것.

그는 연주단체를 결성해 활동하다가도 자신이 유명해지면 헌신짝처럼 버리는 지휘자를 종종 보아왔다.

대학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그는 21세때 교회 성가대 지휘를 맡으면서 합창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

미국과 오스트리아로 유학, 오라토리오를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한 레퍼토리는 20곡. 그중 케루비니 '레퀴엠' , 모차르트 '키리에 미사' , 멘델스존 '찬양의 노래' 는 국내 초연이었다.

청중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곡으로 베르디의 '레퀴엠' 을 꼽은 그는 "아직도 헨델의 '삼손' , 엘가의 '게론티우스의 꿈' 등 국내에 소개하고 싶은 주옥같은 레퍼토리들이 많다" 고 욕심을 보이면서 "오라토리오에서 파이프오르간은 필수인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아직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되지 않다 어려움이 많다" 고 고충을 털어놨다.

단원은 모두 1백명. 대부분 아마추어들이다.

연간 3회의 정기연주회를 위해 매주 2~3회 연습하며 매월 5천~1만원의 회비를 납부하는 후원회원 1천4백여명의 지원으로 살림을 꾸려나간다.

2003년에 유럽 순회공연을 계획하고 있다는 그는 "어린이합창단.오라토리오 아카데미에 이어 오라토리오 전문 오케스트라를 남드는 게 꿈" 이라고 말했다. 02-587-9277.

◇ 오라토리오=1600년 로마에서 상연된 카발리에리의 '영혼과 육체' 가 그 시초. 독창.합창.오케스트라가 동원되며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재로 무대장치나 의상 없이 콘서트 형식으로 상연된다. '테데움' '레퀴엠' '미사' '수난곡' 도 넓은 의미에서 오라토리오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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