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대작 국산 애니메이션 잇따라 선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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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방송사들이 오는 10월부터 오랜 제작기간과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 국산 애니메이션들을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어서 어린이 및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가장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MBC가 오는 10월 4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5시 20분에 방송할「기파이터 태랑」. 한국의 그리미 프로덕션과 일본의 애니메이션제작업체 JCF가 합작해 만든 이 작품은 26부작으로 52억원의 제작비와 4년의 제작기간이 소요됐다.

오는 2002년 4월부터는 일본의 공영방송 NHK를 통해 방영되며,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그룹 랜드마크사를 통해 전세계로 배급될 예정이기도 하다.

일곱살짜리 원시소년 태랑이 정령 치치아와 함께 우주의 파멸을 가져올 대마왕을 봉인하기 위해 펼치는 기상천외한 모험이 주요 줄거리. 판타지와 슬랩스틱 코미디가 결합돼 어린이들에게 경쾌한 즐거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태랑이 악의 무리와싸울 때 사용하는 갖가지 태권도 동작도 흥미로운 볼거리.

SBS가 오는 10월 9일부터 매주 월, 화요일 오후 5시 45분에 방송할「탑블레이드」도 못지 않은 대작이다. 2년의 제작기간동안 50여억원을 들여 한일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는 시원프로덕션과 DR디지털이, 일본에서는 매드하우스 프로덕션이참여했다.

캐릭터 설정, 시나리오 작업, 후반작업은 공동으로 이뤄졌으며, 원화와동화는 한국이 담당했다. 2D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총 51부작.

내용은 한국과 일본의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팽이를 소재로 했다. 주작, 현무,백호 등과 같은 성스러운 정령의 힘을 가진 팽이를 이용해 한국, 일본, 프랑스, 미국, 홍콩 등 세계 각지를 돌며 '탑블레이드'라는 게임을 펼치는 이야기. 강민, 맥스,카이 등 한국, 미국, 중국 출신 5명의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지난 1월부터 공중파 방송인 TV도쿄를 통해 전파를 타고 있으며,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공 강민은 일본에서는 일본이름 다카오로 바뀌어 방송되고 있다.

한편, SBS는 지난 여름 개봉한 극장용 애니메이션「별주부 해로」를 TV시리즈로각색한「해로와 토레미」를 올해말 또는 내년초에 방송할 예정이기도 하다.「별주부해로」의 제작사인 한신코퍼레이션과의 협상이 거의 마무리돼가는 단계.

KBS 또한 '국산 TV 애니메이션 기획안 공모'에서 당선된 기획안들을 중심으로여러 프로덕션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다. 다른 방송사들이 완성된 작품을 구입해 방영하는데 그치고 있다면 KBS는 좀 더 적극적으로 애니메이션 산업의육성에 관여하고 있는 것.

KBS 2TV는 오는 11월 22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아기장수 설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아장닷컴」을 방송한다. 천상계에 살고있던아기장수, 도돌이, 메피스토, 큐피드 등의 정령들이 우연한 사고로 사이버 공간에빠져들면서 초등학생 주인공들과 함께 여러가지 모험을 펼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총 13부작으로 KBS와 미지온 엔터테인먼트가 12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KBS 2TV는 또 오는 10월 1일 오후 5시 10분, 추석특집으로 지구 환경문제를 다룬 장편 애니메이션「그린캅스」를 방송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지구와 우주의 환경을 지키려는 그린캅스 대원들과 이를 방해하고 지구를 정복하려는 매드퀸 일당의 대결을 그린 작품으로 총 80분 분량이다. ㈜애니미어와 공동제작. 이밖에도「해상왕 장보고」,「김치」,「스페이스 힙합덕」등 5편의 작품이 내년상반기 방영예정으로 제작중에 있다.

이처럼 공중파 방송사들이 한꺼번에 여러편의 대작 국산 애니메이션을 들고 시청자를 찾았던 것은 유례가 없었던 일.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지난 99년 IT산업이 호황기를 맞을 당시 각종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들이 대규모 펀딩을지원받았던 것이 현재 결실을 보고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공중파 방송사들역시 지난 98년 가을개편부터 시행된 국산 애니메이션 의무편성제 도입에 따라 국산애니메이션의 방송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에따라 최근 각종 애니메이션 프로덕션들의 제작역량도 부쩍 성장해, 원화 및동화의 수준은 제패니메이션에 육박한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빈약한 스토리라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 게다가 전세계적인 애니메이션업계의 불황과 국내 경제의 침체에 따라 애니메이션 업체에 지원되던 자금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있어 앞으로의 지속적인 발전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SBS 영화팀 애니메이션 담당 김재영 차장은 "최근에 와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작품 및 기획안들이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들로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급작스레 이들에 대한 지원이 끊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제작사, 배급사, 방송사, 정부가애니메이션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고민을 함께 해 나갈 때"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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