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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영화 3년 연속 왕좌 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베니스는 역시 아시아 영화를 사랑했다. 제58회 베니스 영화제의 최우수 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은 인도 여성감독 미라 네어의 '몬순 웨딩(Monsoon Wedding) ' 에 돌아갔다.

1999년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책상 서랍속의 동화' , 지난해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순환(The Circle) ' 에 이어 3년 연속 아시아 영화가 베니스의 패권을 차지했다.

감독상 역시 99년 장위안(張元. '17세' ) 과 지난해 인도 감독 부다뎁 다스굽타( '레슬러' ) 가 수상한 데 이어 '비밀 투표' 를 선보인 이란의 바박 파야미가 받아 역시 3연패를 기록했다.

베니스 리도섬을 스크린의 열기로 달궜던 베니스 영화제가 8일(현지시간) 폐막했다. 지난해에 이어 베니스 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의 등용문으로 자리를 굳혀가는 인상이다. 알베르토 바르베라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아시아 영화가 세계 영화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며 영화제 기간에 누차 아시아 영화의 중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99년 그가 위원장을 맡은 이후 한국 영화가 3년 연속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도 바르베라의 아시아 영화관과 무관치 않다.

올해 황금사자상을 받은 '몬순 웨딩' 은 결혼식을 앞두고 모인 가족의 초상을 통해 인도인이 안고 있는 모순과 갈등,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탐구한 영화다. 미라 네어(44) 감독은 베니스 영화제 사상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첫 여성 감독이자 인도 감독이 됐다.

88년 봄베이 거리에 버려진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데뷔작 '살람 봄베이' 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미시시피 마살라' (92년) , '카마수트라' (96년) 등을 연출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나는 가벼운 방식으로 인도인들에 대한 매우 개인적인 사안을 탐구하고 싶었다.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수상 소감을 말하는 지금 매우 행복하다" 고 말했다.

2등상 격인 심사위원 대상은 '뜨거운 날' 의 오스트리아 감독 울리히 세이에게 돌아갔고,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은 '내 눈 속의 빛' 에 출연한 이탈리아 배우 루이길로 카스치오와 산드라 체카렐리가 받았다.

'베네치아58' 과 함께 올해 신설된 또 하나의 경쟁부문인 '현재의 영화 '(Cinema del Presente) 에선 로랑 캉테 감독의 '시간의 이용' 이 '올해의 사자상' 을 차지했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는 많은 작품을 소개하겠다는 취지로 경쟁 부문을 '베네치아58' '현재의 영화' 두 부문으로 나눴다. 하지만 모두 41개 작품이 경쟁을 벌인 이번 영화제에서 기존 경쟁부문 성격을 이어받은 '베네치아58' 과 새로운 영화를 담겠다던 '현재의 영화' 가 서로 큰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오히려 경쟁작들을 A급과 B급으로 나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쟁부문에 오른 작품들도 대체로 범작이 많았다는 게 현지 언론의 지적이다.

할리우드 영화를 가급적 배제해왔던 베니스 영화제는 올해 니콜 키드먼.덴젤 워싱턴.샤를리즈 테론.조니 뎁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대거 끌어들여 영화제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하지만 경쟁작보다 할리우드 스타에 관심이 집중돼 다양한 영화를 화젯거리로 만들겠다는 영화제 본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다국적 공동제작 영화들이 대거 늘어났다는 점은 올해의 특징. '베네치아 58' 에 출품된 20편 중 10편이 다국적 공동제작 작품이었다.

스페인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타인들(The Others) ' 은 니콜 키드먼의 인기 몰이에도 불구하고 상을 받지 못했으며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였던 베르너 헤오조그와 브라질의 희망 월터 살레스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경쟁부문에 올랐던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 불명' 과 송일곤 감독의 '꽃섬' 은 현지에서 비교적 좋은 평을 들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꽃섬' 은 공식상이 아닌 관객이 뽑은 데뷔감독상을 받아 섭섭함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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