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극장' 사라져 간다

중앙일보

입력

195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했던 미국의 자동차전용극장이 영화를 둘러싼 오락환경의 변화로 쇠퇴일로를 걷고 있다.

한창 때이던 1958년엔 미국 전역에 5천개가 넘었으나 지금은 6백개 남짓 남아 겨우 명맥을 잇는 실정이다.

대형 스크린이 걸린 넓은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카 스테레오에서 나오는 사운드로 영화를 감상하는 자동차전용극장은 흔히 '별빛 아래에서의 팝콘과 로맨스' 로 비유되듯이 일반 극장과는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뒤늦게 서울.수도권에만 20여곳이 생겼을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에서 자동차극장이 처음 등장한 건 2차대전후. 워낙 땅이 넓은 데다 이 무렵 자동차가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여건이 맞아 떨어졌다. 50, 60년대엔 TV에 밀려 일반 극장 수가 줄어들었으나 자동차극장만은 찬바람을 맞지 않았다.

당시엔 가족단위로 오락을 즐겼고 '가족영화' 도 적쟎이 제작됐다. 중장년층 중에는 "온 가족이 자동차를 타고 가서 카드놀이를 하거나 맥주나 음식을 나눠먹다 영화가 시작되면 옆 자리 관객들 눈치보지 않고 오손도손 상쾌한 공기와 별빛을 맞으며 영화 보는 맛을 잊을 수 없다" 며 향수를 털어놓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70년대이후 점차 가족이 해체되고 할리우드 영화가 10대용과 폭력, 섹스물로 주류를 이루면서 자동차전용극장 하면 '데이트장소' 정도로 의미가 좁아졌다. 비디오의 등장으로 편안한 소파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자동차극장으로선 디지털영화 제작이 늘어나는 추세도 반갑지 않다. 아무래도 디지털영사기는 필름영사기보다 광량(光量) 이 적어 야외 상영에 적합치 않기때문이다. 이래저래 자동차극장이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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