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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 내용 보안법위반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혁명혼 살아숨쉬는 조직”등 사노맹 입장 실어/데이콤 통신망 폐쇄뒤 신고… 경찰이 수사나서
문민정부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가능한가라는 논쟁이 최근 PC통신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이번 논쟁은 문민정부에서 표현의 자유와 국가보안법과의 관계를 새롭게 조망·정립하는 차원으로 확산,정부와 진보적 사회과학단체간의 대결양상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6시30분 PC통신서비스인 천리안에 가입자 이름이 「ILYICH」인 김형렬씨(21·서울 중구 광희동1가)가 최근 인기가수들이 참여해 개최된 환경콘서트에 대한 푸념을 한탄조로 읊은 이런 내용의 글이 올랐다.
『무스·스프레이문화를 파급시킨 「신세대뮤지션」이라는 놈들이 공기가 탁하다느니 물이 더럽다느니 하는 말장난을 하는 것,…텔레비전 보며 질질 싸는 소년소녀들이 있는한,…우리는 몽땅 소멸되어 버린다.』
이 글은 천리안을 운용하는 데이콤에 의해 인신공격성 내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단순한 해프닝차원에서 시정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이 글을 올린 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현대철학천리안동호회」(회원 3백10명)의 이름으로 시정명령에 불복한뒤 「자본가 계급과의 전쟁」을 선포함으로써 이 사건은 사노맹과 연관돼 이데올로기적인 사상논쟁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비화됐다.
현대철학동호회는 천리안 가입자들에게 사상무장을 위해 지난 12일,9월5일과 7일 각각 자신들의 게시판에 올린 글들을 읽어 줄 것을 권했다.
『…아침마다 북녘을 향해 절하는… 「김정일이 쓴 주체사상에 대하여」에서… 사랑이 넘치는 공산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형렬』(12일 실린 「동지애라는 것」에서)
『사노맹은 노동자계급의 투쟁정신과 사회주의 혁명혼이 살아 숨쉬는 조직이고자 했다… 조직의 재건은 남한의 혁명적 사회주의운동과 과제를 떠맡는 것이 아니면 안된다』(9월7일 실린 「사노맹 중앙재건위의 입장」에서)
데이콤은 뒤늦게 이 글들을 체크하고 두차례에 걸쳐 현대철학동호회의 통신망을 폐쇄하는 한편 지난 17일에는 국가보안법 위반혐의가 있다며 서울경찰청에 신고했다.
이에대해 현대철학동호회는 이 글들이 국내 공식보급되는 「월간 우리사상」 3월호 내용의 일부로 법적인 하자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대검 공안부는 『월간 우리사상』지가 이미 이적표현물로 판명된 서적이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혐의가 있다며 서울지검에 18일 수사착수를 지시했다.<이원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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