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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수유만 해도…산모·아기까지 위험도 50% 떨어지는 '이 병'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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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성 당뇨병 바로 알기

임신 24~28주 진입하면 검사 필요
식사량과 무관, 모유 수유 도움 커
출산 후에도 매년 정기 점검해야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로 고혈당이 처음 발견되는 병이다. 최근 35세 이상 고위험 산모가 늘면서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받는 사람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임신한 여성 10명 중 한 명은 임신성 당뇨병이라는 보고도 있다. 임신 중 혈당이 높으면 산모도, 태아도 위험하다. 태반을 통해 더 많은 포도당이 태아에게 전달돼 적정 수준 이상으로 빠르게 자라면서 조산할 수 있다. 산모 역시 치명적인 임신합병증인 임신중독증에 걸릴 수 있다. 적절한 대처가 중요한 임신성 당뇨병에 대해 알아본다.

임신 후 많이 먹어서 임신성 당뇨병에 걸린다 (X)

임신으로 식사량이 늘었다고 임신성 당뇨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임신하면 태아의 영양 공급과 발육을 돕는 태반 락토젠, 프로게스테론 등 각종 호르몬의 분비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췌장에서 분비하는 인슐린의 작용을 약화한다. 임신으로 혈당 조절이 일시적으로 힘들어지면서 임신성 당뇨병이 나타난다. 특히 임신 때 나이가 많으면 임신성 당뇨병에 더 취약하다. 최근 35세 이상 고위험 산모의 비율이 3분의 1을 넘기면서 임신성 당뇨병이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규리 교수는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더라도 임신 24~28주 무렵에는 임신성 당뇨병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하면 나아서 인슐린 치료는 필요 없다 (X)

위험한 생각이다. 출산하면 정상 혈당을 회복하고, 분만까지 대략 3달 정도 남았다며 고혈당 상태로 버티면 산모도 태아도 위험해진다. 고혈당에 노출된 태아는 성장·발달 속도가 빨라져 조산·유산 위험이 커진다. 아이를 낳는 분만 과정이 험난해진다는 의미다. 또 배 속에 있을 때 엄마의 고혈당에 대응해 인슐린을 과다하게 분비하다 출산으로 모체와 분리되면서 저혈당 쇼크를 경험할 수 있다. 자라면서 비만·당뇨병 발병 위험도 커진다. 식사·운동 요법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도 목표 혈당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즉시 인슐린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투약하면서 즉각적으로 혈당을 관리하면 주산기 임신 합병증, 분만 후 당뇨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한양대학교병원 산부인과 호정규 교수는 “분자량이 큰 인슐린은 태반을 통과하지 못해 임신 기간에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유 수유가 혈당 조절에 도움된다 (O)

사실이다. 임신성 당뇨병이라면 더욱 모유 수유가 필요하다. 동탄제일병원 내분비내과 김경욱(대한당뇨병학회 홍보위원) 부원장은 “모유 수유는 산모의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면서 혈당 조절을 도와 적극적으로 권한다”고 말했다. 임신성 당뇨병을 앓은 여성과 자녀는 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 모유 수유로 모두의 2형 당뇨병을 예방하는 등 대사적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모유 수유를 5개월 이상 지속한 임신성 당뇨병 환자의 당뇨병 발생 위험이 최대 50%나 낮아졌다는 보고도 있다. 모유는 아기에게 최상의 영양 공급원이다. 면역 성분도 풍부하다. 비피도박테리움 등 유익한 장내 미생물을 아기에게 전달하는 등 장 면역력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임신성 당뇨병이라도 태아가 잘 자라면 좋다 (X)

임신 중·후반에 갑자기 생기는 임신성 당뇨병은 선천성 기형이나 초기 유산 위험은 낮다. 다만 태아 성장의 가속화로 난산을 겪을 수 있다. 임신성 당뇨병인 산모의 태아는 예상 체중이 4㎏ 이상일 정도로 크다. 거대아는 머리가 나와도 어깨·몸통이 끼는 견갑 난산으로 자연 분만이 어려울 수 있다. 또 양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조기 진통으로 원래 예정일보다 빨리 낳을 확률이 높다. 모성 3대 사망 원인 중 하나인 산모의 임신중독증(임신성 고혈압) 발생 위험도 커진다. 강동성심병원 내분비내과 이상배 교수는 “임신성 당뇨병은 혈당 조절 목표가 일반 당뇨병 환자보다 느슨하지만 매우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성 당뇨병은 식후 혈당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매 식사 후 혈당을 측정하면서 적정 수준으로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

출산 후에도 당뇨병 정기 검사가 필요하다 (O)

임신성 당뇨병 그 자체가 2형 당뇨병 위험 요소다. 인슐린 처리 능력이 떨어져 나이가 들어 혈당이 또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아이를 낳은 당시에는 즉각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돼 정상 혈당을 회복한다. 인슐린 투약도 더 이상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여성의 40~50%는 시간이 지나면서 2형 당뇨병이 발생한다. 김규리 교수는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받으면 평생에 걸쳐 2형 당뇨병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당뇨병학회도 출산 6~12주 후 당뇨병 선별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오더라도 매년 점검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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