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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도 '문과 불리'…평가원 "선택과목 차이, 극복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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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도 문·이과 통합 시험으로 치러지는 가운데, '문과 불리, 이과 유리'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도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현상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을 내놨다.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오는 11월 17일 실시되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오는 11월 17일 실시되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22일 통합형 수능의 문·이과 유불리 현상에 대해 "완전히 극복되긴 어렵다"면서도 "꼭 문과가 불리하다고 보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지적"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통합 수능 '문과 침공' 반복되나 

이 원장은 "현재 교육과정은 문·이과 구분 없이 교육을 받는 체제"라며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선택과목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특별히 집단적으로 문과에 불리하고 이과에 유리하다고 해석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문·이과 통합 시험이었던 지난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문과 불리가 현실화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수학 영역에서 문과생은 주로 확률과 통계를, 이과생은 미적분을 선택하는데 같은 원점수를 받고도 확률과 통계 응시생의 표준점수가 미적분 응시생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2022 수능부터 도입된 선택과목 점수 조정 때문이다. 평가원은 국어·수학에 선택과목제를 도입하면서 응시자의 평균 점수와 표준편차 등을 반영해 점수를 조정한다고 했다. 이 방식에 따르면 각 선택과목 응시자의 공통과목 평균 점수가 높을수록 조정 점수가 높아진다. 상위권 학생이 많이 선택하는 미적분을 응시해야 조정 점수에서 유리하다는 의미다. 실제 2022학년도 정시모집에서는 수학 조정점수를 높게 받은 이과생이 상위권대 인문계 학과에 지원하는 '문과 침공' 현상이 두드러졌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올해 치러질 2023학년도 수능도 문과에 불리할 것으로 전망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난해 모든 모의고사와 본수능에서 미적분·기하가 확률과 통계보다 표준점수가 높았다"며 "구조적으로 바뀐 것이 없기 때문에 이과 응시자가 여전히 유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고3 학생들이 3월 학력평가를 보고 넉 달 만에 선택과목을 미적분으로 바꾼 것처럼 올해도 늦게라도 이과 과목에 도전해보겠다는 학생들이 나와 학습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올해도 문과가 불리하다는 불만이 나올 것"이라며 "미적분·기하 응시생이 높은 표준점수를 무기로 상위권 대학 문과에 지원하는 현상도 반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학을 잘하면 문과라도 미적분 선택을 하는 게 유리하지만 수학을 못 한다면 섣불리 과목을 바꿔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최소한의 수능 정보 공개해야"

통합 수능에 따른 문·이과 유불리 문제가 불거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반쪽짜리 통합 교육에 있다. 현재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문·이과를 구분하지 않는 통합 교육과정이기 때문에 수능도 통합 시험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학생이 적성에 맞는 과목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정부 교육 기조에 따라 수능에서 선택과목이 점차 다양해졌다. 학교에서는 문·이과가 없지만 수능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문·이과가 사실상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만기 소장은 "애초에 통합 수능은 어려운 과목을 선택한 응시생에게 어드밴티지를 주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유불리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의 정도를 완벽히 통제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세부 통계를 공개해 학생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성호 대표는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백분위와 표준 점수 같은 세부 정보가 필요한데 평가원은 유불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선택은 알아서 하라'는 태도"라며 "최소한 세부 통계라도 공개한다면 선택과 집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평가원은 올해도 세부 통계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영주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평균, 백분위 등이 제공되면 학생들이 잘할 수 있는 선택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점수체제에 맞춰 과목을 고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라'는 수능 정책 방향이 입시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7월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는 수학 선택과목인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비율이 연초보다 줄었다. 현실적으로 유불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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