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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뽑히고도 축구과외 받는다···'연습황소' 황희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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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대한민국-온두라스 친선경기에서 한국 황희찬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대한민국-온두라스 친선경기에서 한국 황희찬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성난 황소처럼 저돌적인 플레이 #휴식기에도 프리스타일 고수 찾아가 배워 #손흥민 "희찬이는 말 안들어, 그래서 더 좋아" #황희찬 "젊은 패기로 120%로 뛰겠다"

지난 4일 한국축구대표팀이 러시아월드컵 사전캠프인 오스트리아 레오강의 숙소(크랄레호프 호텔)에 도착하자, 현지팬들이 황희찬(22 ·잘츠부르크)에 몰려들어 사인을 요청했다. 레오강과 잘츠부르크는 차로 약 1시간30분 거리인데, 황희찬은 2014년부터 3시즌간 오스트리아 프로축구 최고인기팀 잘츠부르크에서 활약 중이다. 황희찬은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1부리그) 10팀 선수 중 유일하게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이기도하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황희찬이 3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훈련캠프 숙소인 크랄레호프 호텔에 들어서며 기다리던 축구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황희찬이 3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훈련캠프 숙소인 크랄레호프 호텔에 들어서며 기다리던 축구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오스트리아에서 자란 ‘황소’ 황희찬은 러시아 월드컵 한국대표팀의 최종병기다. 그의 별명은 ‘황소’다. 빨간 천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투우사를 향해 돌진하듯, 축구장에서 저돌적인 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이다. 운명처럼 잘츠부르크 유니폼에는 ‘성난 황소’ 두마리가 그려져있다.

황희찬은 수아레스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다. 땅을 보지 않고 고개를 든채 경기를 풀어간다. [사진 황희찬 인스타그램]

황희찬은 수아레스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다. 땅을 보지 않고 고개를 든채 경기를 풀어간다. [사진 황희찬 인스타그램]

황희찬은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31·바르셀로나)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다. 키가 1m77cm로 아주 큰 편은 아니지만, 비좁은 공간을 교묘하게 파고든다. 무게중심을 앞에두고 최전방부터 상대를 압박해 공격으로 전환하는 ‘게겐 프레싱(Gegen pressing)’을 펼친다. 탈진할 만큼 뛰면서 수비시에는 최후방까지 내려와 동료들을 돕는다. 안정환(42) MBC 해설위원은 “황희찬은 땅을 보지 않고 고개를 든채 경기를 풀어간다. 한국축구 새로운 유형의 골잡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릴적부터 ‘천재’라 불렸다. 박지성(37), 기성용(29·스완지시티) 등이 받은 '차범근 축구대상'을 2009년 수상했다. 포항제철중·제철고에서 중고교 무대를 평정했다. 2014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입단한 황희찬은 2016-17시즌 16골을 터트렸고, 올 시즌 오스트리아 리그 3연패 및 유로파리그 4강진출을 이끌었다. 잉글랜드 토트넘과 리버풀, 독일 함부르크 등이 황희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A대표팀에 승선한 황희찬은 지난 3월27일 폴란드와 평가전에서 골맛을 봤고, 지난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에서는 이재성(전북)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황희찬은 휴식기에 프리스타일 고수 JK전권 감독을 찾아가 기술을 배운다. [JK전권 감독]

황희찬은 휴식기에 프리스타일 고수 JK전권 감독을 찾아가 기술을 배운다. [JK전권 감독]

타고난 천재지만, 지독한 노력파이기도하다. 그는 오스트리아에서 팀훈련이 끝난 뒤에도 집앞 주차장에서 개인훈련을 한다. 휴가 때 ‘프리스타일 축구 고수’ JK 전권(29) JK아트사커 아카데미 감독을 찾아가 기술을 배운다. 프리스타일은 손을 제외한 온몸을 이용해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묘기를 펼친다. 1세대 우희용(54)의 제자인 전 감독은 2010년 세계 프라스타일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했다.

전 감독은 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메시(아르헨티나)와 호날두(포르투갈)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은 볼감각이 뛰어나 공을 자유자재로 갖고 논다. 황희찬 선수에게 발재간은 물론 드리블과 탈압박시 영리하게 팔을 활용하는, 이른바 ‘팔재간’도 가르친다”면서 “고교 시절부터 오프시즌마다 찾아온다. 대표팀 선수가 됐는데도, 계속해서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온다”고 전했다.

전 감독은 “황희찬 선수가 수아레스의 저돌적인 면과 네이마르(26·브라질)의 유연성까지 겸비해 언젠가 ‘수아마르(수아레즈+네이마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하는 한국 축구대표팀 소집 및 출정식이 2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황희찬이 런웨이 중 하트를 선보이고 있다. 양광삼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하는 한국 축구대표팀 소집 및 출정식이 2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황희찬이 런웨이 중 하트를 선보이고 있다. 양광삼 기자

아버지 황원경씨는 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아들 별명인 ‘황소’에 대해 “경기 중 탈진하더라도 끝까지 열심히 해야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 감사하다. 잘츠부르크에서 동양인 공격수가 살아남기위해서는 공수를 함께 해야한다고 지적과 조언을 해줬다”면서 “가끔 부상이 걱정되긴하지만 금강불괴(金剛不壞·금강처럼 단단해 부서지지 않는다)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이승우가 4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황희찬에게 귀엣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이승우가 4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황희찬에게 귀엣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만난 황희찬은 “동생 이승우(20·베로나)와 대표팀에서 같은방을 썼는데, 내가 방장이 아닌 줄 알았다”고 농담을 건넬 만큼 유쾌하다. 손흥민(26·토트넘)은 “희찬이는 축구능력은 좋지만 말을 잘 안듣는다. 그래서 더 좋아한다. 나도 말을 잘 안듣는 성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희찬은 집에선 말 잘듣는 착한 아들이다. 황원경씨는 “희찬이가 팔뚝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겼다. 세리머니도 그곳을 향한다“며 “휴가 때 귀국하면 초등학교 사촌동생들과 놀아준 뒤 지인들과 체력단련을 하면서 시즌을 대비한다. 희찬이 사전에 ‘요령’이나 ‘대충대충’은 없다. 국가대표 사명감도 투철하다. 어느순간 몸과 정신이 훌쩍 큰 바위같은 아들”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왼쪽)과 황희찬이 지난 3월 27일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함께 폴란드 진영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왼쪽)과 황희찬이 지난 3월 27일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함께 폴란드 진영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희찬은 4-4-2이든 3-4-1-2 포메이션이든 관계없이 손흥민과 함께 주전 투톱 공격수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황희찬은 수비라인을 부수고 좌우로 넓게 뛰어 상대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동안 골결정력을 보완한걸 월드컵에서 증명한다면, 손흥민을 향한 높은 의존도를 분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황희찬은 “내 장점은 뒷공간을 파고드는거고, 흥민이 형은 기술과 침투 두가지 장점을 지녔는데,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치겠다”면서 “보스니아전 패배 후 120%로 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지기 싫다. 젊은 패기로 한발 더 뛰겠다”고 말했다.

레오강(오스트리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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