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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셧다운, 베이너 퇴출 … 미국 공화당의 ‘보이지 않는 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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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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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내 초강경파 하원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가 워싱턴의 의회정치를 흔들고 있다. 작은 정부, 세금 감면, 개인의 자유라는 보수 가치를 내건 이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을 상대로 정부의 셧다운(부분업무정지)을 불사하는 벼랑 끝 전술을 고수하며 이에 반대하는 당 지도부에 대해선 사퇴를 요구해 워싱턴의 대결 정치를 이끌고 있다.

당내 초강경파 모임이 247석 좌우
지도부 9명 … 회원 40명 선 추측
‘반 오바마’기치, 이민법 등 반대
“대여 투쟁 무르다” 베이너 끌어내
당내서도 “의회 불태우려 해” 비난

 프리덤 코커스는 지난 1월 결성됐지만 지도부 9명을 제외하면 회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그림자 모임’이다. 그래서 언론마다 숫자가 제각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40명, 의회 전문지 롤콜은 39명, 워싱턴포스트(WP)는 35∼40명으로 봤다. 지난 20일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의원들의 발언·표결을 분석해 내놓은 숫자는 36명이다.

 실체를 숨겼지만 프리덤 코커스는 공화당 내 ‘당 안의 당’이자 미국 정치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의회정치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NYT·WP에 따르면 2013년 10월 ‘오바마 건강보험법안’을 백지화하라며 정부 예산안 처리를 무산시켜 정부 셧다운을 가져왔던 이들이 대거 프리덤 코커스에 포함돼 있다. 프리덤 코커스는 올 2월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안부터 무산시켜야 한다며 관련 예산이 포함된 국토안보부 예산안 처리를 막다가 국토안보부가 셧다운될 뻔했다. 지난 7월엔 자기 당의 수장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대여 투쟁에서 무르게 대응한다며 해임결의안을 내는 반란을 일으켰다. 결국 베이너 의장이 사의를 표명해 공화당 지도부의 공백 사태로 이어졌다.

 프리덤 코커스는 ‘반(反) 오바마’를 기치로 극우 보수의 가치를 전면에 내거는 선명성이 특징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 극단세력을 옹호한다”(존 플레밍), “여자가 남자 휘하에 있으면 문제가 안 생긴다”(조디 하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좌파 정치인처럼 행동해 의회 합동연설에 불참한다”(폴 고사르) 같은 발언이 이들에게서 나왔다. “우리는 셧다운 코커스로 불린다”(믹 멀버니)며 셧다운 전략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이 모임의 위원장인 짐 조던 의원은 지난 22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추궁하는 의회 청문회에 공화당 공격수로 출전했다.

 프리덤 코커스가 공화당 하원 수장까지 몰아내며 꼬리가 머리를 흔들 수 있는 이유는 공화당이 이들 없이는 법안 처리도, 하원의장 선출도 할 수 없는 불능 정당이 됐기 때문이다. 하원 전체 의석(435석) 중 공화당이 247석으로 과반(218석 이상)을 확보했다. 하지만 프리덤 코커스가 반대하면 218석에 미치지 못한다. 프리덤 코커스의 지지 없이는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나선 공화당의 폴 라이언 의원도 의장 선출 표결에서 과반을 넘기지 못해 망신을 당한다. 민주당 전원(188석)은 자기 당의 낸시 펠로시 원내대표를 밀기 때문이다.

 프리덤 코커스를 놓고 공화당 내에서도 격한 비판이 나온다. 빌 플로레스 의원은 “의회를 불태우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프리덤 코커스는 마이웨이다. 멀버니 의원은 “(지도부 지시에) ‘예스’라고 하면 훌륭한 팀 플레이어가 되고 ‘노’라고 하면 왕따가 되는데 공화당은 이런 식으로 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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