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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시티’ 국제회의와 ‘슬로 걷기대회
‘슬로 시티’ 국제회의와 ‘슬로 걷기대회’ 참석차 완도에 갔습니다. 잠시 짬을 내 장보고의 본거지, ‘장도’가 보이는 갯벌을 걸었습니다. 오랜만에 맞아보는 갯바람입니다.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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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의 삶
지난 늦가을, 악양골 ‘무딤이들판’에 자리 잡았습니다. 한쪽은 대지에 뿌리박고 또 한쪽은 조금씩 하늘을 향했습니다. 눈바람 날리는 겨울에는 한껏 몸을 낮추었습니다. 남풍에 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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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눈부신 날입니다. 천지가 하얗게 밝았습니다. 꽃비 날리는 화개 벚꽃길을 걸었습니다. 벅찹니다. 시절의 오고감을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담습니다. 세상이 참 고맙습니다. 어찌 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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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순
버드나무에 물이 올랐습니다. 연녹색 어린 잎이 아름답습니다. 물론 묵은 가지 끝에 있기 때문입니다. 바람결 따라 묵은 가지 끝이 춤을 추고 덩달아 신우대도 제 몸을 가누지 못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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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소리
잠에서 깰 즈음 새소리가 들립니다. 껌벅이는 눈과 무거운 몸을 끌고 나가 큰 숨을 쉬며 아침을 맞이합니다. 산새들이 아침을 엽니다. 다양한 산새를 맞이합니다. 작은 몸집의 박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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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황어
강물은 겨울을 흘려 보내고 황어는 봄을 끌고 옵니다. 섬진강에 황어가 올라와야 지리산 매화가 핍니다. 섬진강이 바로 지리산입니다. 빛이 출렁이고 물결이 날리는 바람 거센 날,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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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장님
잡초 하나 없는 녹차 밭 사이에 고랑 만드는 아랫동네 이장님을 만났습니다. “이장님 벌써 뭐 심는 거예요?” “어쩐 일이야. 매실 밭에 온 거야?” “예. 매실 밭이 어떤가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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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앞의 매화
산중 집 곳곳에 심은 매화나무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입니다. 이쯤이면 아랫동네는 분명 매화꽃이 야단법석일 겁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보던 책 집어 던지고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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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되기
저린 차가움이 방한 장화를 뚫고 발가락을 적십니다. 이쯤이면 소리 없는 북쪽 강바람이 귀와 볼을 에워싸고 콧물을 ‘스~윽’ 뽑아냅니다. 따뜻하게 비치는 남쪽 햇볕을 붙잡고 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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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봄소식
막 점심을 끝낸 노곤한 오후, 마실 삼아 동매 마을에 있는 ‘전업 총각’ 박남준 시인 집에 갔습니다. 박 시인이 전주 모악산에 살면서 애지중지 키우던 복수초가 악양의 볕 밝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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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ESSAY]雪山
오랜만에 등산 장비를 챙겨 3일간 산행을 즐겼습니다. 비켜서는 겨울의 아쉬움을 달래며 종아리 쥐 나도록 걸었습니다. 능선 길이 적막합니다. 겨울 산행의 으뜸은 이른 아침의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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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단비
헐벗어 더욱 마른 세상에 겨울 단비가 내립니다. 반가운 겨울 비 헤치며 강 건너 산길을 갔습니다. 물 먹은 세상이 깊습니다. 숲이 깊어 산이 깊고, 구름이 깊어 하늘이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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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장이 섰습니다. 둥근 연탄 화덕 탁자의 벌건 연탄불도, 비벼 대는 언 손들도, 주막집 아줌마의 맛깔스러운 반찬들마저 모두 부산합니다. 해장 막걸리에 들떠 떠들다 창밖을 보니 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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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짓기
지리산 천왕봉 바람에 코끝이 싸한 섣달. 산청의 물레방아 마을이 복조리에 빠졌습니다. 저물 무렵, 증손주를 보듬는 왕할머니가 계신 훈훈한 방입니다. “조릿대는 양달은 억시고 음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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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눈
일 년 중 가장 추운 ‘소한’에서 ‘대한’으로 가는 길목, 희망을 보았습니다. 대문 옆, 돌담 가까이에 심은 매화나무에 꽃눈이 올랐습니다. 어찌 이 혹독한 겨울에 꽃눈을 피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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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남쪽 지방은 가뭄이 심합니다. 겨우내 비다운 비가, 눈다운 눈이 오지 않았습니다. 산중 계곡물을 끌어다 먹는 우리 집도 근근이 지냅니다. 물이 ‘쫄, 쫄’ 흐르니 몹시 추운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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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바다
새벽, 짙게 잠든 바다. 그 반대편으로 올라갑니다. 바다에서 벗어나 바다를 볼 수 있는 건너편으로 높이 높이. 산 정상은 검은 침묵의 세상. 홀로 있습니다. 방파제 불빛에 위로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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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해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시간입니다. 이즈음에는 마음속 생각에 빠져 오락가락 괜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습니다. 십년 전, ‘사십’에 들어서면서 ‘오십’을 생각하며 지리산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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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싸늘한 공기가 발목의 차가움으로 다가와 코끝이 쨍합니다.차가운 색온도를 끝까지 올린 푸른 하늘은 눈과 마음을 깊숙한 넓이로 들뜨게 합니다.겨울은 차갑고 아름답습니다. 갓 태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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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밴드’ 열렸네
‘동네 밴드’가 활짝 열렸습니다. 올해 가장 춥다는 날에 올 들어 가장 뜨거운 밤을 보냈습니다. 우리 동네, 악양에 사는 젊지 않은 이들이 밴드 멤버입니다. 면면을 뜯어보면 장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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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줄배
먼 산 너머에서 시작한 섬진강 물길이 이제 막 산을 벗어난 물과 만나 바다로 가는 피아골 외곡리 강가입니다. 할 일 없는 겨울 아침에 섬진강 안개를 볼 마음에 강에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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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줄배
먼 산 너머에서 시작한 섬진강 물길이 이제 막 산을 벗어난 물과 만나 바다로 가는 피아골 외곡리 강가입니다. 할 일 없는 겨울 아침에 섬진강 안개를 볼 마음에 강에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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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돈
매상(買上)하는 날입니다. 나뭇잎 날리는 찬바람이 매서운 날, 봄부터 가을까지 비와 바람과 햇빛에 울고 웃었던 농부가 참담한 마음으로 수매를 기다립니다. “서울 사람도 매상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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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만남
경남 하동군 악양면에서 ‘배티재’를 넘으면 청암면 경계에 있는 ‘논골 마을’에 이릅니다. 논골은 칠선봉 능선, 해발 600m에 자리한 산중 마을입니다. 산이 높아 하늘은 작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