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바람에 코끝이 싸한 섣달. 산청의 물레방아 마을이 복조리에 빠졌습니다. 저물 무렵, 증손주를 보듬는 왕할머니가 계신 훈훈한 방입니다.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조릿대는 양달은 억시고 음달은 부드러워. 아무래도 음달 게 좋지.” “조릿대를 넷으로 갈라서, 몰라서(말려서), 돌에 땅땅 털어서(껍질을 털어서), 물에 댓 시간 담가서(부드럽게 해서), 저려서(쟁여서), 갱기면(엮으면) 끝나지.” “조릿대는 매년 쪄야(베어 내야) 햇것이 올라오지.” “묵은 대는 쇠서 다 뿔라져 못 써.”
“옛날에는 겨우내 만들어 설 쇠었지. 애들 옷 사고, 신 사고, 제사 장도 보고 다 했지.” “지금은 곶감으로 설 쇠지. 복조리로는 설 못 쇠.” “복조리는 복을 주는 거니 겨우내 넘을 위해 좋은 일 하는 게지.”
“돈은 안 되니 그 맘으로나 해야지.”
“사진쟁이도 복조리 많이 사 가서, 많이 노나 줘.”
“복 짓는 거야.”
사진쟁이는 복을 한 아름 안고서 훈훈한 방을 나왔습니다
농사꾼 사진가 이창수씨가 사진 이야기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