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짓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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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호 02면

지리산 천왕봉 바람에 코끝이 싸한 섣달. 산청의 물레방아 마을이 복조리에 빠졌습니다. 저물 무렵, 증손주를 보듬는 왕할머니가 계신 훈훈한 방입니다.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조릿대는 양달은 억시고 음달은 부드러워. 아무래도 음달 게 좋지.” “조릿대를 넷으로 갈라서, 몰라서(말려서), 돌에 땅땅 털어서(껍질을 털어서), 물에 댓 시간 담가서(부드럽게 해서), 저려서(쟁여서), 갱기면(엮으면) 끝나지.” “조릿대는 매년 쪄야(베어 내야) 햇것이 올라오지.” “묵은 대는 쇠서 다 뿔라져 못 써.”

“옛날에는 겨우내 만들어 설 쇠었지. 애들 옷 사고, 신 사고, 제사 장도 보고 다 했지.” “지금은 곶감으로 설 쇠지. 복조리로는 설 못 쇠.” “복조리는 복을 주는 거니 겨우내 넘을 위해 좋은 일 하는 게지.”

“돈은 안 되니 그 맘으로나 해야지.”
“사진쟁이도 복조리 많이 사 가서, 많이 노나 줘.”
“복 짓는 거야.”
사진쟁이는 복을 한 아름 안고서 훈훈한 방을 나왔습니다


농사꾼 사진가 이창수씨가 사진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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