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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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호 02면

버드나무에 물이 올랐습니다. 연녹색 어린 잎이 아름답습니다. 물론 묵은 가지 끝에 있기 때문입니다. 바람결 따라 묵은 가지 끝이 춤을 추고 덩달아 신우대도 제 몸을 가누지 못합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흐리고 바람 부는 날에 바람을 맞습니다. 흔들리는 사진기를 부여잡고 몰아치는 바람 한가운데에 있음을 즐깁니다. 존재감이 다가옵니다. 봄바람에 바지 속은 얼어도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기쁨입니다.

이런저런 삶 속에서 더러 혼자 있음을 즐길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행복입니다.
그러나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강과 백사장, 버드나무와 신우대.
그리고 카메라와 나. 모든 것이 사이 좋게 이곳에서, 이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자신과 자신의 시간을 지나치지 맙시다.

혼자 있어도, 혹은 여럿이 있어도 언제나 즐거운 우리의 시간입니다.
식목일입니다. 친구를 심읍시다. 저는 심었습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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