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되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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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103호 02면

저린 차가움이 방한 장화를 뚫고 발가락을 적십니다. 이쯤이면 소리 없는 북쪽 강바람이 귀와 볼을 에워싸고 콧물을 ‘스~윽’ 뽑아냅니다. 따뜻하게 비치는 남쪽 햇볕을 붙잡고 좀 더 버텨 봅니다.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인적 없는 강에 발을 담고 있으면 바위가 어떤 ‘이야기’를 말하는 듯합니다. 바위 곁을 흐르는 강물과 찬바람을 품은 높은 하늘 아래서 발가락 끝이 떨리는 차가운 진동을 참고 겨울 강에 서 있는 동안만큼입니다.

모양이나 형상에 빠지지 말고 내면의 소리를 들으라는 앞선 이의 말씀을 떠올려 봅니다. 바위 앞에서. 모양이나 형상에 빠지는 사진기를 들고서. 언제였는지 모를 그때부터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 바위. 잠시 나도 그 자리에 그렇게 같이 있어 봅니다. 충만한 시간에 갇혀 버립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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