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장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05호 02면

잡초 하나 없는 녹차 밭 사이에 고랑 만드는 아랫동네 이장님을 만났습니다.
“이장님 벌써 뭐 심는 거예요?”
“어쩐 일이야. 매실 밭에 온 거야?”
“예. 매실 밭이 어떤가 보러 왔는데 이장님은 역시 빠르시네요.”
“아녀, 지금이 딱이야.” “봄이 바뻐야 가을이 넉넉하지.” “이제 일할 때가 되니 겁나나?”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네. 이장님 일하는 거 보니 겁나네요.”
“걱정 마 이제부터 하면 돼.” “내 감자랑 토란 심고 있는데 씨감자 줄 테니 가 심을래.”
“아뇨! 감자는 두고 토란이나 한 움큼 주세요.”
“알았어. 내 챙겨 줄게”

귀농이든, 귀향이든 도시에서 내려가 시골에서 살려면 꼭 그 지역 농부를 잘 사귀셔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에게서 농사짓는 마음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 산골에서는 공자·맹자의 한 말씀보다 이장님의 한 말씀이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이장님 밭이 참으로 알뜰합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