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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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호 02면

싸늘한 공기가 발목의 차가움으로 다가와 코끝이 쨍합니다.
차가운 색온도를 끝까지 올린 푸른 하늘은 눈과 마음을 깊숙한 넓이로 들뜨게 합니다.
겨울은 차갑고 아름답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울음을 토하듯 큰 숨을 쉬며 산을 걷습니다.
걸음마다 찰랑대는 신발 끈의 움직임과 힘 빠진 풀잎들의 부딪침이 고요한 겨울을 깨우고 산을 깨웁니다.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코는 춥다 하고 숨은 덥다 합니다.
디디는 길에 아직 닿지 않은 이른 햇살의 앙상함이 웅장한 겨울나무에 닿아 세상이 밝습니다.
밝고 맑은 세상입니다.

우리도 켜켜이 쌓은 그 많은 것을 털어내면 알몸으로 앙상한 웅장함을 드러낼 수 있으리라.
먼 하늘, 파란 겨울 하늘에 한 줄 구름이 순간의 바람을 새기며 지나갑니다.


사진가 이창수씨가 사진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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