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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두 개의 빈 병'
유진 기유빅(1907~97) '두 개의 빈 병' 전문 헛간의 한구석에 두 개의 빈 병. 바람은 기와 지붕과 사방의 벽을 흔들고 있다. 지구의 중심이 끌어당기고 빛이 붙잡고 있는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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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간접 프리킥'
장경린(1957~) '간접 프리킥' 전문 튀김을 먹다가 간장을 엎질렀다. 기울어지던 신라의 삼국통일은 외세에 힘입은 불완전한 것이었다. 막강한 전력의 브라질 팀이 우리 편 문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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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물소리에 기대어'
전동균(1962~ ) '물소리에 기대어' 전문 눈 쌓인 얼음의 골짜기 아래로 흘러가는 찬 물소리, 어쩌면 내 삶은 말 못 하는 짐승 같은 것으로 다시 태어날지 몰라, 중얼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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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지리산 뻐꾹새'
송수권(1946~ ), 「지리산 뻐꾹새」 전문 여러 산 봉우리에 여러 마리의 뻐꾸기가 울음 울어 떼로 울음 울어 석 석 삼년도 봄을 더 넘겨서야 나는 길 뜬 설움에 맛이 들고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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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물 예찬'
폴 발레리(1871~1945), 「물 예찬」 전문 (박은수 역) 한 둘 아닌 사람들이 술을 노래했다. 자신의 도취를 시적 감흥으로까지 높여, 자기 넋이 기다리던 진한 술 잔을 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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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눈'
이선영(1964~ ) '눈' 전문 눈이여, 너는 땅에 닿지 말아라 너는 하늘에서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유리창, 공기의 하얗게 벌어지는 열매여서 땅에 내린 너는 깨어진 조각이고 으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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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정월'
문인수(1945~) '정월' 전문 농촌 들녘을 지나는데 춥고 배고프다. 저 노인네 시린 저녁이 내 속에서 등 달 듯 등 달 듯 불을 놓는다. 꽃 같은 불 쪽으로 빈 들판이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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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반성 608'
김영승(1959~ ) '반성 608' 전문 어릴 적의 어느 여름날 우연히 잡은 풍뎅이의 껍질엔 못으로 긁힌 듯한 깊은 상처의 아문 자국이 있었다 징그러워서 나는 그 풍뎅이를 놓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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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첫사랑'
고재종(1957~ ) '첫사랑' 전문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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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낙상'
문정희(1947~) '낙상' 전문 홀로의 술잔에 조금 취했던 것도 아니다 투명한 대낮 늘 다니던 골목길에서 뜻도 없이 와르르! 하늘을 한쪽으로 밀치며 화형식 불꽃 속의 허깨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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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몸이 많이 아픈 밤'
함민복(1962~)'몸이 많이 아픈 밤' 전문 하늘에 신세 많이 지고 살았습니다 푸른 바다는 상한 눈동자 쾌히 담가주었습니다 산이 늘 정신을 기대어주었습니다 태양은 낙타가 되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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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닭, 극채색 볏'
송재학(1955~) '닭, 극채색 볏' 전문 볏을 육체로 보지 마라 좁아터진 뇌수에 담지 못할 정신이 극채색과 맞물려 톱니바퀴 모양으로 바깥에 맺힌 것 계관이란 떨림에 매단 추(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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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이 괴로움 벗어 누구에게'
이성복(1952~ ) '이 괴로움 벗어 누구에게' 전문 산을 올라가다가 이 괴로움 벗어 누구에게 줄까 하다가, 포크레인으로 파헤친 산중턱 뒤집혀 말라가는 나무들을 보았다 박명(薄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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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장날 장터에서'
유안진(1941~ ) '장날 장터에서' 전문 볼장 다본 사람이 왠지 볼장 덜본 것만 같아 기웃거린 병원 대기실 아직도 내게 팔아야 할 것과 사야할 게 있는가 왜 그만 발길을 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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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연주 흐른 질마재 미당문학관
▶ 부부시인인 이진명(왼쪽)씨와 김기택씨. 두 사람은 미당시문학관과 묘소를 둘러보고 미당과의 인연을 회고했다. 두 사람이 서 있는 곳이 미당 묘소가 있는 안현마을 뒷동산, 멀리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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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팝콘'
유종인(1968~ ), 「팝콘」전문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꽃, 꽃은 열매 속에도 있다 단단한 씨앗들 뜨거움을 벗어버리려고 속을 밖으로 뒤집어쓰고 있다 내 마음 진창이라 깜깜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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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고창 '국화여행'서 미당 서정주 시 감상해요
국화꽃이 만개한 전북 고창 질마재의 미당시문학관 부근에서는 13일 오후 작은 시 축제가 벌어진다. 최근 일대에 조성된 국화꽃밭을 둘러보고 미당 서정주의 시도 감상하는 '제1회 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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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촛불'
송찬호(1959~) '촛불' 전문 촛불도 없이 어떤 기적도 생각할 수 없이 나는 어두운 계단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난 춥고 가난하였다 연신 파랗게 언 손을 비비느라 경건하게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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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아득히 먼 길을 새라 부르다가'
허만하(1932~ ), 「아득히 먼 길을 새라 부르다가」전문 아득한 지평선을 향하여 힘껏 팔매질한 돌이 떨어지기 직전 갑자기 몸을 뒤집어 날개를 펼치고 타오르는 홍시빛 하늘로 솟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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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기린' 부분
박상순(1961~ ), 「기린」중에서 밤의 바닷가에 앉아 양말을 신는다. 기린이 달려오는 것 같다. 벗어놓은 웃옷을 걸친다. 아직도 기린이 달려오는 것 같다. 기린이 아닐지도 모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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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문학상 심사평] 삶 관통하는 폭력성 단정한 언어로 묘사
▶ 미당문학상 본심 심사장면. 왼쪽부터 최승호.홍기삼.유종호.김화영.김재홍씨. 박종근 기자 예심에서 넘어온 이 대표적 시인들의 엄청난 다산성에 놀랐다. 흐드러지게 만발한 꽃밭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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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미당 문학상] 수상자 김기택
▶ 사진=F1 스튜디오 최상규 미당문학상 최종심에 오른 시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지난달 중순 시인 김기택(47)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하지 못했다. 태국 출장 중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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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후보작 지상중계] 1. 시 - 김기택 '무단횡단'
중앙일보와 계간 '문예중앙'이 공동 주최하고 LG그룹이 후원하는 제4회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의 최종심에 오른 후보작들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시인이 자신의 미당문학상 후보작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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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심 오른 작품들 체험의 진정성 돋보여"
중앙일보와 문예중앙이 공동 주최하는 제4회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이 각각 최종 후보작 10편을 확정했다. 7일 오후 열린 미당.황순원문학상 2심 2차 합평회 결과 미당문학상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