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승(1959~ ) '반성 608' 전문
어릴 적의 어느 여름날
우연히 잡은 풍뎅이의 껍질엔
못으로 긁힌 듯한
깊은 상처의 아문 자국이 있었다
징그러워서
나는 그 풍뎅이를 놓아주었다.
나는 이제
만신창이가 된 인간.
그리하여 主(주)는
나를 놓아 주신다.
시인은 다른 시에서 '인간이 만든 것은 인간을 닮았다/ 핵무기도 십자가도/ 콘돔도'라고 쓰고 있다. 그런 세상과 인간을 보다가, 웃다가, 슬퍼하다가, 욕하다가 '만신창이'가 된 동시대의 시인이 있다. 주께서 그 크고 부드러운 손으로 잡아 축복받는 자들이 산다는 곳으로 인도하려다가 징그러워서 뿌리칠 만큼 그 상처는 깊고 처절하다.
김기택<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