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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남편생활백서] 송년회
"또 송별회야?" "아니 송년회라니까." 아내는 송년회를 자꾸 송별회라고 부른다. 내가 몇 번 바로잡아주었데도 고쳐지지 않는다. "그게 그거지. 아무튼 무슨 송년회가 12월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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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남편생활백서] 성전환 ?
"양말 어디 있어요?" 첫째 휘강이가 자기 양말을 찾는다. 고2와 중3, 두 아들을 둔 맞벌이 부부의 아침은 비상 걸린 군 내무반처럼 분주하다. 어쩌면 나는 그 분주한 시간에서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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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남편생활백서] 그러면 그렇지
당신은 오래전부터 백을 하나 갖고 싶었다. 그러나 당신이 갖고 싶은 핸드백은 비싸서 마음만 간절할 뿐 감히 살 엄두는 내지 못한다. 가끔 백화점에 갈 때면 '아이 쇼핑'으로 만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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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남편생활백서] 날벼락
"아… 뭐야?" 나는 뭔가 단단하고 무거운 것에 얼굴을 맞은 것 같다. 왼쪽 광대뼈가 아프다. 조금 전까지 자고 있던 나는 아픔 때문에 눈을 뜬다. 아직 깜깜한 밤이다. 나는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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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남편생활백서] 나쁜 남자
"아, 오늘 정말 열 받아."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내가 씩씩거린다. "왜?" "주차한 차를 빼려는데 통로에 택배 아저씨가 차를 세워두고 작업하고 있더라고. 나갈 수 없으니 차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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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남편생활백서] 효자손
바야흐로 가을, 아내는 등이 가렵다. 아내가 가려운 곳이 등만은 아니다. 아내는 귀도 가렵다. 일을 마치고 소파에 앉아 잠시 쉴 때 아내는 늘 면봉을 들고 있다. 귀를 팔 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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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대한민국남편들아] 수다 본능
여자에게 수다는 본능이다. 나는 그 사실을 얼마 전 우리 집에서 있었던 아내의 동료 모임에서 새삼 깨달았다. 아내의 동료들은 여자다. 엘리베이터를 내리면서 수다를 시작한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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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대한민국남편들아] 운동권 아내
"운동하러 안 갈 거야?" 그렇게 말하고 아내는 발딱 일어나 소매 없는 티셔츠와 짧은 반바지로 갈아 입고 모자를 찾아 쓴다. 나는 소파에 그대로 앉아 TV에 넋을 놓고 있다.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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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대한민국남편들아] 따로 휴가
"휴가 날짜 정했어요?" 다른 맞벌이 부부처럼 우리도 매년 여름 휴가 일정을 맞춘다. 아내 회사는 전 직원이 같은 기간에 쉬기 때문에 주로 내 쪽에서 아내 쪽 일정에 맞추는 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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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대한민국남편들아] 햄릿 스타일
나는 누가 내게 질문하는 것을 싫어한다. 특히 이런 질문은 질색이다. "뭐 먹을까?" 산다는 것은 곧 선택하는 일이다. 아침에 눈뜰 때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매 순간 우리는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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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대한민국남편들아] 남편 손은 약손
"왜 그래?" 하루 종일 습하고 무더웠던 날 퇴근해서 집에 오니 아내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소파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늦게 들어온 내가 미운지 원망하는 눈빛으로 대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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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대한민국남편들아] 일요일 청소 공방전
일요일 아침, 회사 나갈 채비를 하자 아내가 강하게 압박한다. "일요일인데 어딜 나가요?" "당직이야." "당직이란 말 안 했잖아." "지금 하잖아." "그런 건 미리 말하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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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대한민국남편들아] 너구리 부부
나는 피곤하다. 알람 소리에 겨우 일어나는 아침부터 두 개의 알람 시계를 머리맡에 두고 잠드는 밤까지 나는 하루 종일 피곤하다. 퇴근할 때 아파트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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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대한민국남편들아] 유부남의 굴레
"토요일에 웬 양복?" 몇 개 있지도 않은 넥타이를 다 꺼내어 이것 저것 매어보느라 부산을 떠는 내 모습을 보고 아내가 묻는다. 평소 양복을 거의 안 입는 사람이 토요일에 넥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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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대한민국남편들아] 한잔 하던 날
'웅웅.'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기가 진동한다. 나는 그냥 내버려둔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문자 메시지의 내용과 발신자를 알고 있다. 밤 8시에 내게 문자 보낼 사람이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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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대한민국남편들아] 관성의 법칙
"저녁 어떻게 해?" 모처럼 집에 일찍 들어온 날, 나는 아내에게 전화부터 건다. 집에는 둘째만 있다. 큰아이는 학교에서 야간자습 중이고, 학습지 교사인 아내는 아직 일하는 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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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대한민국남편들아] 크든 작든 앉아서
화장실은 우리 집의 화약고다. 분쟁의 반이 그곳에서 발생한다. 환풍기를 켜지 않아도, 물 내리는 것을 잊어도, 나오면서 전등을 끄지 않아도 한바탕 총성이 울린다. 시트 올리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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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대한민국남편들아] 그이는 외계인
결혼 전과 너무나 많이 달라진 아내를 보면 가끔 나는 아내가 외계인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아내를 잡아먹은 외계인이 아내 행세를 하면서 나와 살고 있다는 생각 말이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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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대한민국남편들아] 일요일은 '일'요일
일요일 오후 2시는 좀 게을러져도 좋은 시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아내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설거지 안 해?" 감자와 닭고기를 듬뿍 넣은 카레라이스로 막 점심을 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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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대한민국남편들아] "… …" "… …"
우리 부부는 잠자리가 요란하다. 잘 때 아내는 코를 골고 남편은 잠꼬대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격한 육체 행위인 사랑을 나눌 때는 오히려 조용하다. 우리는 숨소리라도 새어나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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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대한민국남편들아] 쇼핑 함께 가라
"옷이 하나도 없어." 없다니. 그게 무슨 줄기세포 같은 말씀인가. 옷장에 가득한 게 다 제 옷인데. 이런 생각을 하고 앉았다면 그는 틀림없이 초보 남편이다. "옷이 많으면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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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대한민국남편들아] 그대는 야누스?
다른 집처럼 우리집도 명절 후유증이 심각하다. 명절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는 말이 없다. 한마디 건네고 싶지만 아내의 표정이 시베리아 벌판이다. 말이라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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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대한민국남편들아] 망치질과 남자구실
나는 겁이 많다. 겁 많은 남편은 못된 남편이다. 망치질을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아내와 나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찰나의 거장전'을 관람했다. 그때 우리는 집에 걸어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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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새로운 읽을거리를 드립니다
week&이 2006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칼럼을 선보입니다. 40대 초반의 18년차 유부남이 들려주는 '김상득의 대한민국 남편들아'와 동물을 통해 인생을 얘기하는 수의사가 공개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