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새 정부 부동산정책에 우울해 한다는데...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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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일단 연말 끝나는 미분양 양도세 혜택과 취득세 감면 혜택이 연장되지 않을까요. 양도소득세 중과세 혜택도 연장될 것 같습니다. 바람이기는 하지만 누가 당선되든 부동산 시장은 살려야 하니 뭔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최근 만난 한 건설업체 직원의 바람이다. 요즘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이라는 표면을 자주 쓴다. 대통령이 여당에서 나오든 야당에서 나오든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섞인 말이다.

그 만큼 부동산 경기 활성화가 절실하다는 뜻이다. 부동산 경기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정말 누가 되든 부동산 부양을 위해 팔을 걷어부칠 것 같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는 안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현 정부도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애를 썼다. 하루가 멀다하고 부동산 부양책을 내놨다.

그러나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양도세 중과세 폐지안 등 굵직굵직한 부양책은 국회 벽을 넘지 못했고, 금융규제 완화와 같은 현실적 대책은 손도 못 댔다.

이미 나올 부양책은 다 나왔다?

그렇다면 새 정부는 다를까. 결론적으로는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든다.

첫째는 부동산 시장 침체의 골이 외부 자극에 의해 쉽게 살아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침체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얘긴데, 가령 금융규제를 다 푼다고 해서 대출 받아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집값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대출을 집값의 80%씩 받아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로 집값 상승 폭이 커 대출 이자를 내고도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지적으로는 개별 호재에 따라 집값이 오르기는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과거처럼 집값이 급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세계 경제 불안 등 경기 침체 탓이 크다. 일자리 불안, 소득 감소,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는 것이다. 주택도 소비재인 만큼 아무리 외부 자극을 준다고 해도 경기 침체 탓에 소비심리가 풀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비심리 푸는 게 우선

둘째는 새 정부가 내놓을 부동산 부양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주요 대통령 후보의 부동산 공약 역시 별로 눈에 띄는 게 없다. 처음에는 전·월세 및 하우스 푸어 대책 등을 쏟아 내더니 지금은 경제 민주화와 복지 공약에만 매달릴 뿐 부동산은 거론조차 않는다.

지금까지 나온 주요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을 보자. 지난 9월 가장 먼저 부동산 공약에 불을 댕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을 내놓고 하우스 푸어 문제 해결하기 위한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를 들고 나왔다.

자기 집의 일부 지분을 매각해 그 대금으로 은행 대출금 일부를 갚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이자를 내는 대상만 바뀌었을 뿐 쪼들리는 하우스 푸어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시장 반응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변동금리-일시상환’에서 ‘고정금리-장기분할상환’으로 바꾸는 방안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는 정부에서 이미 실시 중이다. 또 상환기간이 최장 30년에 달하는 고정금리 상품도 이미 나와 있다.

시장 띄울만한 대선 공약 없어

무소속 안철수 후보 역시 다를 바 없다. 주택담보대출 기간을 최장 20년으로 연장하고 일명 깡통주택은 1순위 담보권자와 채무권자 간 ‘매각 후 임대’ ‘신탁 후 임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채무 재조정을 유도한다는 계획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다른 공약도 대부분 실효성이 없거나 시행을 위해서는 상당한 재원 마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이다. 금융규제에는 핵심 후보 세 명이 모두 유지 쪽이다. 자 이 정도되면 새 정부에 기대할 게 더는 없다는 게 명확해진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새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놔봐야 취득세 등 세제 혜택의 연장 정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추가 대책이라고 해 봐야 국회 벽을 넘지 못할 각종 규제 법안 폐지·완화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안 등이다.

대선 기대감 속에 일시적 거래 증가, 아파트 값 상승 등과 같은 대선 특수가 나타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한 대학의 부동산학과 교수는 “어쩌면 지금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부동산 공약은 일자리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경기 활성화 대책일 수 있다”며 “그러나 이 역시 세계 경제 흐름이 중요하므로 섣부른 기대는 안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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