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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정직 위해 죽는 게 옛 성인의 마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내 마음에 선한 일을 위해서는 아홉 번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다(亦余心之所善兮, 雖九死其猶未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다시 굴원(屈原)의 시를 읊었다. 2010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 구절을 마음에 새겨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지 2년 반 만이다. 원 총리는 20일 저녁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를 마친 뒤 태국에서 화교 대표단과 만나 자주 묵독하는 구절이라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역시 굴원의 이소(離騷)에 나오는 ‘청렴결백함에 굴복하고 정직을 위해 죽는 것이 옛 성인의 두터운 마음(伏淸白以死直兮, 固前聖之所厚)’이라는 구절도 소개했다. 이는 지난달 뉴욕타임스(NYT)가 폭로한 원자바오 일가의 3조원대 재산 축재설에 대한 은유적 반박으로 보인다. 원 총리는 이전에도 정상회담이나 외신 기자회견 자리에서 종종 중국 고전을 인용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왔다.

 그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가를 위해 일해 왔지만 은퇴 후에는 사람들로부터 잊혀지고 싶다”고 밝혔다. 이 역시 청백리 서민 총리에서 부정 축재자 이미지로 전락한 주변 시선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조국과 인민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봉황TV는 이 행사는 내년 3월 총리직 퇴임을 앞둔 원 총리의 고별식 성격이 짙었다고 전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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